그룹 뉴진스(NewJeans, 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가 소속사 어도어로 돌아왔다.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공표한 지 약 1년 만이다. 반가운지 묻는다면 물음표다. 지난했던 소송전이 끝난 것은 달갑지만, 예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때 ‘새로운 청바지’라는 이름처럼 신선한 트렌드를 제시하던 팀이었으나, 스스로 여러 꼬리표를 덧대 누더기마냥 이미지가 해진 탓이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해 11월28일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계약 파기의 법적 문제를 꼬집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해가 되셨냐”(민지)고 받아쳤던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조차 해약 사유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 결과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1심 패소, 뉴진스는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여전히 신뢰관계 파탄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12일 돌연 2주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항소장 제출 마감일 전날이었다. 먼저 해린, 혜인이 어도어를 통해 뉴진스로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뒤이어 민지, 하니, 다니엘(이하 3인)도 합류 의사를 전했다. 다만 3인은 “어도어가 회신이 없어 부득이하게 별도로 알리게 됐다”고 굳이 부연했고, 어도어 역시 “진의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해 추후 봉합이 쉽지 않겠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 가운데 ‘뉴진스 엄마’를 자처했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관련 입장을 두 차례 냈다. 특히 민 전 대표는 두 번째 입장문에서 “이제 돌아온 이상, 이 다섯은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 불필요한 분란과 해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질은 나를 겨냥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길.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뉴진스는 다섯일 때 존재한다”고 피력했다.
곱씹을수록 묘한 글이다. 뉴진스는 그간 민 전 대표의 해임을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민 전 대표의 개입 여부는 단언할 수 없으나, 뉴진스가 법정 다툼을 결심했을 때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과정에서 뉴진스는 보호받지 못했다. 견고한 팬덤이 있다고 해도 연일 구설에 오르내리며 대중적으로는 이미지가 실추됐다. 어쩌면 최전성기였을 수 있는 시기도 날려버렸다. 이 모든 것이 뉴진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해도, 문제의 핵심이었던 자신을 쏙 빼놓은 그의 일갈은 공허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또한 민 전 대표의 글은 그의 의도와 별개로 서술이 추상적이라 여러 갈래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다섯’을 강조하는 이유가 의뭉스럽다. 뉴진스는 이미 다섯 명이다. 현재로서는 이탈 멤버 없이 향후 활동을 조율 중이다. 여기에 ‘불필요한 분란’이라는 표현은 맥락상 어도어가 마치 3인의 진의를 ‘불필요’하게 추궁해 팀 내 ‘분란’을 키운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먼저 날을 세운 쪽은 돌아오면서까지 “회신이 없다”며 불신을 드러낸 3인이다. ‘본질은 나를 겨냥한 것이지만…’ 대목에서는 ‘어도어가 민 전 대표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3인을 배제하려고 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진정 완전체 활동을 소망했다면 확실히 응원만 보내는 편이 나았겠다.
사견이지만 뉴진스는 한 단어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아이돌이 아니다. 어떤 부분이 탁월하다고 콕 짚어서 말하기보다 ‘느낌이 좋다’는 평에 가까운, 아이코닉한 존재다. 이러한 이미지에는 이들의 음악, 비주얼, 역량 그리고 민 전 대표의 디렉팅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심에는 데뷔곡 ‘어텐션’(Attention)의 분위기처럼 특유의 몽환적인 순수함이 있다. 법적 분쟁에 뛰어든 ‘혁명가’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더군다나 법의 판단에 굴복한 자칭 혁명가라면 더욱 멀다.
그래서 어도어의 조속한 판단과 조율이 절실하다. 3인의 진의 파악에 그치지 않고 소속 아티스트인 5인의 생존 전략을 함께 찾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뉴진스의 믿음을 얻지 못했던 어도어가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식 활동 전 뉴진스의 사과 역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바로잡고, 이로 인해 자신들을 포함한 상처받은 모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것만큼 투명한 마무리는 없다. 사태를 인정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용기 역시 대중이 이들에게서 찾고 싶었던 ‘순수’일 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