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 고수하면 기업 손실? 與 대미투자특별법 둘러싼 野 ‘딜레마’

비준 고수하면 기업 손실? 與 대미투자특별법 둘러싼 野 ‘딜레마’

與 대미투자특별법 발의…11월1일자 車 관세 소급 적용
先 비준 경우엔 절차 지연될수록 부담은 기업 몫인데도
野 “국회 비준 먼저해야” 기존 입장 고수
與 “패트 고려 안 해”…국힘 기재위원장에 특별법 속도 달려

기사승인 2025-11-26 19:32:16 업데이트 2025-11-26 20:07:30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후속 조치로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동의가 먼저”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특별법 심사를 맡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속도 조절권이 국민의힘 위원장 손에 달린 가운데, 특별법이 아닌 국회 비준이 오히려 기업 손실을 키우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14일 한미 양국이 서명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법안에는 △전략적 투자 추진 체계와 절차 마련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 △한미전략투자공사 한시적 설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별법이 이날 국회에 제출되면서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25%→15%)가 이달 1일자로 소급 적용되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한미 양국 합의에 따라 산업통상부는 이날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직후 장관 명의의 서한을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 보내 자동차 분야 관세 인하의 11월1일자 소급 적용을 연방 관보에 조속히 게재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특별법과 함께 각 의원이 제출한 추가 법안을 병합해 심사하고, 국회 내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입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외국과의 조약, 협약,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어떤 것이든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최종 처리 시점이 관련 상임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하는데, 기재위 위원장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비준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통상조약법 13조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하려면 국내 산업 보완대책과 재원 조달 방안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해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준 동의를 둘러싸고 정쟁이 발생하면 처리 일정은 더 늦춰질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제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은 여야 갈등 속에서 4년 2개월 만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에서 양해각서(MOU) 이행 기금 조성 법안이 발의되면 그 달 1일자로 관세를 소급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비준이 지연될수록 그 공백 기간의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연간 약 6조원, 4조원의 관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15%로 인하될 경우 각각 3조6000억원,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특별법으로 관세 인하 소급 적용이 되면 월 4000억 원 안팎의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기업’을 자처해온 국민의힘이 정작 기업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치적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국회 비준 요구에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특별법 처리에 대한 협조를 촉구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법안 제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여야가 특별법에 대해 세심하고 꼼꼼하게 머리를 맞대 완벽한 대미투자특별법으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처리 시점을 정하지 않겠다. 패스트트랙 지정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