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위상 흔들리나…해병특검 기소로 ‘기관 신뢰’ 시험대

공수처 위상 흔들리나…해병특검 기소로 ‘기관 신뢰’ 시험대

기사승인 2025-11-27 06:00:10
오동운 공수처장. 유희태 기자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26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이재승 차장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수처가 출범 이후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공수처장이 기소된 것은 제도 출범 후 처음이다.

이번 기소는 특검이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공수처가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비롯됐다. 특검은 공수처 지휘부가 관련 사건 이첩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막았다고 보고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위증 사건은 “채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 통보 의무도 “단순 고발 접수가 아닌 일정 수준의 혐의가 인정될 때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특검의 기소를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맞춘 묻지마 기소”라고 비판했다.

특검과 공수처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공수처의 위상과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 전담기구로서 독립성과 엄정성이 핵심 가치지만, 공수처장이 재판에 넘겨진 초유의 상황과 기관 내부 사건 처리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겹치며 ‘기관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공수처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내년부터 검찰 직접수사가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예정된 가운데, 공수처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도 지난 6월 공수처 권한 확대와 인력 보강 필요성을 언급하며 역할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검찰개혁 기조와 맞물려 공수처 기능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공수처장 교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당 소속 의원들이 오 처장의 리더십 부재와 수사 실적 저조를 잇따라 지적하며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여당 의원은 “지난 국감 때 오동운 처장에게 사퇴하라는 주장들도 나왔지만 일단은 교체보다는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해병특검에서는 송호진 검사 등의 보고를 받아서 그런 듯한데 전개되는 상황을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현재 ‘감사원 표적 감사’ 사건과 고위 법관 뇌물 의혹 등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