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들이 판 깐다”…식품업계, 젊은 오너 전면 배치해 新사업·글로벌 속도전

“3세들이 판 깐다”…식품업계, 젊은 오너 전면 배치해 新사업·글로벌 속도전

기사승인 2025-11-30 06:00:08
허진수 부회장(왼쪽부터), 허희수 사장, 전병우 삼양식품 신임 전무. 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 3세를 전면에 배치하며 경영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글로벌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젊은 리더십’이 가진 실행력과 디지털 감각을 앞세워 사업 체질을 재정비하는 데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올해 인사에서 오너 3세인 전병우 COO(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1994년생으로 젊은 임원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장 속도를 보인 전 전무는 해외 사업과 브랜드 전략을 경험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 기반을 다져온 인물이다. 특히 ‘불닭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삼양식품의 실적 성장을 견인했고, 중국 자싱 공장 설립을 직접 챙기며 생산 인프라 글로벌화를 추진한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SPC그룹도 형제 경영체제를 굳히며 3세의 전면 등판을 공식화했다. 올해 발표된 2026년 정기 인사에서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동시에 승진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북미·동남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재편의 중심 역할을 했다. 허희수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며 브랜드 재정비 등 그룹 체질 개선을 맡았다.

농심에서도 오너 3세가 빠르게 전면에 올라섰다. 지난해 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전무로 승진됐다. 1993년생인 그는 신 회장이 전무에 오른 나이보다 4년 빠르게 임원 반열에 오른 셈이다. 신 전무는 내년 1월1일자로 부사장 승진이 예정돼 있다. 신 전무는 2019년 경영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기획·구매 등 주요 부서를 거치며 경험을 넓혀왔다.

신상열 농심 전무, 담서원 오리온 전무. 각 사 제공

이 같은 흐름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주요 식품기업 전반에서 ‘3세 경영’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말 장남 담서원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핵심 경영 라인에 합류시켰다. 업계는 다음 달 정기인사에서 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오너 3세를 핵심 보직에 빠르게 배치하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있다. 내수 성장 둔화로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 필요성이 커졌고, Z세대·알파세대 중심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ESG 규제·공급망 불안 같은 변수도 겹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인사의 ‘3세 전면 등판’은 단순한 승계 절차를 넘어서,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신사업·해외사업·디지털 전략 같은 핵심 분야에 속도를 내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주요 그룹이 3세들을 전략기획·글로벌 사업·신제품 기획에 집중 배치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 3세의 고속 승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업계 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경영진이 빠르게 전면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면 젊은 세대 특유의 감각으로 신사업·미래 먹거리 발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력 대비 높은 직급으로 출발하다 보니 또래 직원들 사이에서 형평성·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실제 현장에서 배울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세들이 추진하는 글로벌·신사업 성과는 결국 각 그룹의 미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경영자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오너 측에서도 충분한 실무 경험과 훈련을 병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