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 넘긴 신학철…LG화학 김동춘 체제에 놓인 과제는

바통 넘긴 신학철…LG화학 김동춘 체제에 놓인 과제는

기사승인 2025-11-28 17:38:07
김동춘 LG화학 신임 CEO. LG화학 제공 

석유화학 장기 부진 속에 LG화학이 신학철 부회장의 ‘용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다만 업계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주어진 과제가 산적해 새로 바통을 이어받은 김동춘 사장의 임무 또한 막중할 전망이다.

2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이사회를 통해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인 김동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2019년 1월부터 약 7년간 부회장직을 수행해 온 신학철 부회장은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났다. 

신 부회장은 권봉석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부회장단 2인 중 한 명이다. 구광모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얼마나 LG화학에 새로운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최초의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2019년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인 2022년 영업이익 5조2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0%나 상승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전지(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을 미래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일찍부터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 왔다.

그러나 2022년부터 에틸렌 등 범용 석화제품의 공급 과잉 등 여파로 석화업계에 부진이 도래하면서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설비투자(CAPEX) 비용 조정 등 자구 노력에 따라 석유화학부문 기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29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지만, 2023년 이후 대부분 감소세 및 적자를 이어 왔다.

LG화학뿐만 아니라 석화 주요 기업 전체가 부진을 겪는 가운데, 정부는 올해 말까지 업계에 자율 구조조정 개편안 마련을 주문한 상황이다.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폐합을 결정하는 ‘1호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다른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가 엮여 있어 쉽게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태다.

결국 신임 CEO인 김동춘 사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구조개편안 확정 및 후속 조치다. 예외가 없는 한 LG화학 역시 올 연말까지 자율개편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김 사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초부터지만 자율개편안 마련 후 추가적인 기업 간 논의, 정부 지원 방안 논의·협의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야 하기에 현 단계서부터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LG화학은 GS칼텍스와 여수산단에서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연간 208만톤, GS칼텍스가 90만톤으로 규모 차이가 나는 만큼, 생산가능물량에 비례해 지분을 나누는 합작법인 설립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NCC 감축 등 자율개편안 확정 이후에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전환, 신사업 확대 등 한 단계 나아간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구 회장이 김 사장을 CEO로 선임한 이유이기도 하다. 

1968년생의 김 사장은 1996년 LG화학 입사 이후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 첨단소재 분야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첨단소재 사업의 고수익화는 물론, 미래성장동력 발굴, 글로벌 사업영역 확대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LG화학 관계자는 “김 사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며 “사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경쟁 우위의 사업 구조 확립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