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려면 자금 조달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2.50%로 4회 연속 동결했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불안정하고,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전채 금리는 재차 3%대를 회복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 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전일 기준 3.44%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2.95%였던 금리가 열흘도 채 안 돼 다시 3%선을 넘어선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사처럼 예금·보험료를 통한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카드론 등 여신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대부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회사채 금리 상승은 곧 조달 비용 확대를 뜻한다.
실제로 이자비용은 불어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이자비용은 3조540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262억원) 대비 3.35%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4330억원으로 14%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신한카드(8349억원·7.30%), 현대카드(5554억원·4.65%), 롯데카드(5524억원·1.23%) 순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차입 규모 확대가 크지 않았던 우리카드(3170억원·3.12%↓), 하나카드(2592억원·3.10%↓), KB국민카드(5885억원·1.36%↓)는 이자비용이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업계 전체 흐름은 증가세가 뚜렷해 연말에는 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카드의 올해 연간 이자비용은 5940억원으로 예상돼 전년(5130억원) 대비 15.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자금 조달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할수록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커진다. 카드사가 자금 조달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 등 대출 상품 금리를 높일 수 있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있었지만 한국은행이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미국에서도 뚜렷한 인하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여전채 금리가 다시 오르는 흐름”이라며 “경기 부진으로 연체 증가에 따른 대손 비용까지 늘어 카드사들의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드사도 ‘조달 다변화’ 시도…“ABS 규제 완화 필요”
더 큰 문제는 카드사들의 여전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카드사의 여전채 의존도는 70%를 넘어 약 72%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업어음(CP) 대신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한 여전채 발행에 무게를 실어온 구조 속에서 금리가 예상과 달리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오르자 조달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은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조달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카드사들도 대체 조달 수단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카드는 6월 3억달러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조달한 데 이어 9월 4억달러 규모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ABS는 보유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길어 자금 운용 안정성이 높다.
KB국민카드는 홍콩·대만·일본 등 글로벌 은행을 대주단으로 구성해 4억달러 규모 지속가능 연계 신디케이트론 조달에 성공했다. 해외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국제 은행이 단일 계약으로 대규모 장기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용 리스크를 분산해 여전채 시장 경색 시에도 조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대표적으로 ABS 발행 한도 상향과 절차 간소화가 거론된다. 현재는 ‘트리플 B’ 이상 카드사만 ABS 발행이 가능해 발행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지용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KOKAS 콘퍼런스 2025’에서 “신용평가 기준 강화로 ABS 발행이 가능한 카드사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며 “발행 가능 비중을 20% 수준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더 많은 카드사가 해당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15%로 설정된 ‘신용평가 제외 항목’도 30% 수준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며 “제외 비율이 너무 낮아 카드사가 공정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고 등급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될 위험이 있다. 기준을 완화하면 신용등급 상향 여지가 생겨 ABS 발행 조건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