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과’ 머뭇대는 장동혁…당 발목잡는 ‘尹 족쇄’ [12·3 계엄 1년③]

‘계엄 사과’ 머뭇대는 장동혁…당 발목잡는 ‘尹 족쇄’ [12·3 계엄 1년③]

장동혁, 취임 이후 ‘극우 행보’ 논란 여전
당내 계엄 사과 요구에도 지도부 ‘침묵’

기사승인 2025-12-03 06:00:12 업데이트 2025-12-03 17:59:13
[편집자주]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목표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은 적극 반대하며 계엄을 막아섰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정권은 교체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정치권 공방에 국민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이 준 ‘민주주의 바톤’을 잘 받아 달리고 있을까.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쿠키뉴스 자료사진

계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사과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김용태·김재섭·배현진 등 일부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은 계엄 사과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할 경우 당이 지속할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지도부의 ‘계엄 사과’에 대한 의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1주년인 이날 당 대표 취임 100일이 겹친 만큼, 당이 계엄과 관련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박정하 의원 등은 SNS와 방송 출연을 통해 지도부의 행보를 우려했다. 특히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라며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당원과 지지자들을 지도부가 12월3일에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사과를 미루는 것은 장 대표가 외연 확장 대신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노림수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장 대표의 승리에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의 조직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윤어게인’은 지난 겨울 국민의힘을 지키자고 했던 지지자들” 등의 발언을 통해 친윤계의 지지를 받았다.

또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 등 보수 유튜버들과의 대담에 출연하며 강성 당원들과 극우 세력까지 끌어안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장 대표의 당선 배경으로 작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이 지난 9월4일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주요 현안마다 여당에 반대하는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며 당내 결속을 우선시했다. 지난 1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대회에서는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도부가 장외투쟁에 집중한 나머지 정책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국민의힘이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장외투쟁에서 나온 강경 발언과 관련한 논란으로, 이러한 노력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과의 명확한 관계 정리는 아마 힘들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배신자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예로 들며 당내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나온 후에야 자연스러운 결별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 필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고 당심 위주가 아닌 국민 여론을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재훈 기자
jjhoon@kukinews.com
전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