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자사몰을 전략 채널로 격상하고 있다. 최근 대형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이어지고, 수천만 건 규모의 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기업 내부에서는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사몰 중심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47조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18.3%를 차지할 만큼 비중도 커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식품기업들이 자사몰을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접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확대된 온라인 직접 구매 경험이 고착되며 직영몰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도 높아진 만큼, 기업들은 자사몰을 독립적인 생태계로 구축해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CJ·hy·오뚜기, ‘내 집에서 팔겠다’…자사몰 체질 강화 중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은 자사몰 전략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오픈마켓·대형 플랫폼 판매를 병행하면서도, 더마켓에서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인 D2C 구조를 적용해 절감된 마진을 멤버십 적립금, 상시 할인, 전용 프로모션 등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고객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2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429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7.5% 늘었다.
단순 쇼핑몰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론칭한 헬스앤웰니스 콘텐츠 전문관 ‘라임’(Lime)이 대표적이다. ‘나에게 맞는 아침 루틴 간편식’ 등 테마 콘텐츠와 레시피 리뷰 등을 제공하며 쇼핑·콘텐츠를 결합한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론칭 4주 만에 재방문율이 23%를 기록할 만큼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더마켓을 단순한 판매 창구가 아니라, 고객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하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hy는 기존 ‘하이프레시’를 리뉴얼한 ‘프레딧’을 통해 배송 자체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hy가 보유한 ‘프레시 매니저’ 기반 물류망과 냉장 카트 ‘코코’를 활용하면 냉장·냉동 제품도 희망 시간대에 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단 한 개만 주문해도 무료 배송이 가능한 정책은 1인 가구 유입을 크게 높였다. 프레딧은 지난 10월 기준 약 250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hy 관계자는 “1971년 조직을 만들었던 당시부터 제품 한 개만 주문해도 무료배송을 해 왔다”며 “프레딧을 운영하는 이유는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한 흐름에 맞춰 온라인에서 고객을 유입하고, 배송은 기존 프레시 매니저 인프라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자사몰을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구축하며 팬덤 기반을 넓히고 있다. 오뚜기몰에서는 신제품 우선 노출,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묶은 ‘숨냠템’ 패키지 등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장을 만들며 브랜드 스토리·제품 비하인드 등을 공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콘텐츠 전략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영상 콘텐츠는 신규 고객 유입의 약 40%를 이끌었고, GA 기준 신규 사용자 비중이 96%에 달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아직은 나아갈 길이 멀지만 오뚜기몰을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키우고자 한다”며 “신제품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까지 내가 찾는 오뚜기 상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리스크 커지자…식품기업, 독자 채널 강화 움직임
이처럼 식품업계는 플랫폼 판매와 자사몰 운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플랫폼에서는 대량 판매와 대중 노출을 확보하고, 자사몰에서는 충성 고객 관리·전용 제품·정기구독·라이브커머스를 중심으로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 쿠팡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가격 정책 혼선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기업들이 자사몰을 ‘리스크 분산’ 수단이자 장기적인 고객자산을 쌓는 핵심 채널로 재평가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소비자 이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제조사 입장에서 참여가 불가피한 핵심 판매 채널”이라며 “수익성은 낮지만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엔 제조사들도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고객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자사몰의 역할을 키우려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