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세계 최초 이중섬유 건식전극 개발'… 에너지연, 고에너지 배터리 성능 40%↑

[쿠키과학] '세계 최초 이중섬유 건식전극 개발'… 에너지연, 고에너지 배터리 성능 40%↑

PTFE 바인더 두 단계 섬유화 ‘실+밧줄’ 구조, 균일성·내구성 동시 개선
습식공정 대체 가능성 열어, 제조비 절감·고에너지밀도 달성
건식전극 상용화 마지막 난제 해결, 전기차·ESS용 고성능 배터리 기대

기사승인 2025-12-03 15:06:58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기술로 제조한 파우치형 전지 (위부터)리튬금속 음극적용 전지, 흑연음극 적용 전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송규진 박사팀이 케임브리지대 이권형 박사, 울산대 김태희 교수와 공동연구로 기존 건식 이차전지 전극 제조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이중 섬유 건식 전극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차세대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의 성능과 제조비를 동시에 해결할 원천기술로 기대된다.
기존 배터리 제조는 대부분 용매를 사용하는 습식 공정에 의존해 왔다. 

습식 공정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유독성 유기용매를 건조·회수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고 환경적 부담도 크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산업계는 용매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빠른 건식 공정에 주목했다.

그러나 기존 건식 공정은 바인더가 섬유처럼 늘어나 고르게 섞이기 어렵기 때문에 전극 균일성이 떨어지고, 기계적 강도가 낮아 쉽게 부서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특히 바인더를 녹일 용매가 없어, 섬유처럼 늘어나 재료를 물리적으로 붙잡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처럼 제한적인 소재의 바인더만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전극 내부에 가는 실과 굵은 밧줄 형태의 섬유 구조를 동시에 형성하는 이중 섬유를 구상, 기존 건식 공정의 낮은 혼합 강도와 성능저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

다단 공정의 모식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에 건식 공정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PTFE 바인더의 소재를 바꾸는 대신 동일 소재의 물리적 구조를 제어해 ‘이중섬유’ 구조의 PTFE 바인더를 구현했다.

핵심은 PTFE 바인더를 두 단계로 투입해 서로 다른 구조를 만드는 다단 공정이다.

우선 소량의 바인더만 넣어 가는 실처럼 길게 늘어난 PTFE 섬유망을 만든다. 이 섬유망은 활물질과 도전재 입자들을 촘촘히 잡아줘 전극 내부가 고르게 섞이도록 돕는다.

이어 나머지 바인더를 넣어 굵고 튼튼한 PTFE ‘밧줄’ 구조를 만든다. 이 밧줄 구조는 전극 전체를 한데 묶는 역할을 하며 기계적 강도와 내구성을 높인다.

이중 섬유 구조의 현미경 사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렇게 만들어진 가는 ‘실’ 섬유망은 활물질과 도전재 등 구성 물질들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반응을 균일하게 하고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굵은 ‘밧줄’ 섬유는 전극 전체를 단단하게 묶어 전극의 강도와 기계적 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양산 공정에 필수인 내구성을 강화한다.
실제 전기화학적 반응 저항 지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전극의 모든 영역에서 반응 속도와 저항 특성이 빠르고 균일한 반응성을 보였다.

이는 배터리 작동 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특정 부분의 성능 저하를 방지해 전지 전체 수명을 늘리는 핵심 요인이다.

성능평가에서도 연구팀이 개발한 건식 전극은 ㎠당 10.1㎃의 높은 면적당 용량을 기록했다. 

이를 적용한 파우치 형태의 리튬 음극 배터리셀은 킬로그램당 349Wh의 에너지밀도를 달성해 상용 전극 250Wh보다 약 40% 향상됐다.

또 흑연 음극을 적용한 파우치셀은 킬로그램당 291Wh 에너지밀도를 구현해 동일 조건의 습식 공정 대비 약 20% 높았다.

1.2Ah급 파우치형 젤리롤 구성 비(왼쪽 : 습식 전극 활용, 오른쪽 : 건식 전극 활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 박사는 “이번 기술은 건식 전극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균일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해결한 최초의 공정”이라며 “전기차와 ESS에 필요한 고에너지밀도·장수명 배터리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