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조원’ 미국발 원전 수출 특수 기대감…국내 수출 창구 ‘교통정리’는 아직

‘117조원’ 미국발 원전 수출 특수 기대감…국내 수출 창구 ‘교통정리’는 아직

기사승인 2025-12-04 17:16:08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 전경. 미국 에너지부 

미국 정부가 한일(韓日) 대미 투자의 첫 투자처로 원자력발전 건설 사업을 꼽으면서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원전 수출 창구의 일원화 등 국내 안에서의 교통정리가 선행돼야 수출의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한 총 7500억달러(한국 2000억달러, 일본 5500억달러)의 투자처는 원자력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전력 발전을 위한 원자력 병기고(nuclear arsenal of generation of power)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트럼프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 97GW(기가와트)에서 400GW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장 2030년까지 1GW 이상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하는 데 건설 비용만 750억달러(약 110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는 1950년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한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있다. 이번 계획이 가시화하면 웨스팅하우스가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와 설계 등 원전 주축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40여 년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기에 웨스팅하우스 역시 원전 건설 및 인력에 대한 인프라는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설은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기업들과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앞서 한미 협상에서 양국이 원전 등 전략산업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협력적 파트너십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기로 약속한 만큼,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기업 중에선 웨스팅하우스가 추진 중인 원전 주기기 건설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들에 대한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원전 수출의 기회를 잡기 위해 내부적으로 미리 준비돼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먼저, 주무 기관인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원전 수출 창구 일원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2016년 공공기관 기능 조정 과정에서 당시 정부는 한전이 총괄하던 원전 수출체계를 한수원과 나눠 추진하도록 이원화했다. 해외사업 경험이 많고 비즈니스 역량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한전이 한국형 원전의 노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는 국가를, 원전 건설 등 기술력이 뛰어난 한수원이 노형 설계 변경 등이 필요한 국가를 맡아 수출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완전한 업무 배분이 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사업 추진 과정의 잡음이 발생했고, 급기야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집안싸움’이 발생해 국제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지난 6월 원전 수출 체계 개선 방안 자문 용역을 공고해 연구용역 업체를 선정, 약 1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수출 창구를 어떻게 일원화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진행한 ‘빅스포(BIXPO) 2025’ 기자간담회에서 “한전과 한수원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수출 문제가 정리되면 좋겠다”면서 “실제 원전 수출이나 해외 사업에 있어 한전의 브랜드 파워가 국내 어느 기관보다 높고, 계약이나 조달 금리 등에서 강점이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원전 수출에 한전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관점에선 황주호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약 3개월째 공석인 사장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등 정부 조직개편, 한미 관세 협상, 경주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이슈에 인선 작업이 뒤로 밀린 가운데, 한수원은 지난달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차기 사장 선정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8일까지 지원 서류 제출을 마감한 뒤 일정대로라면 내년 1~2월 임명이 유력하다.

신임 사장은 한전과의 교통정리는 물론,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원전 해외 수출 등 취임 직후 각종 중대한 과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이전 정부와 다소 상이한 가운데, 신임 사장은 수장 공백이 있었던 조직의 안정화를 달성한 뒤 원전 수출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