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제로, 극장가 생존법 [쿡찍어봄]

‘천만 영화’ 제로, 극장가 생존법 [쿡찍어봄]

기사승인 2025-12-06 06:00:10
영화 ‘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천만 영화’가 실종됐다. 사실상 올해 ‘천만 영화’ 유무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아바타: 불과 재’ 흥행에 달렸다. ‘아바타: 불과 재’도 힘을 쓰지 못한다면, 극장가는 팬데믹 종식 후 처음 ‘천만 영화’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다.

4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는 관객 566만명을 동원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다. 관객 수 564만명을 기록한 ‘좀비딸’이 그 뒤를 이어, 가까스로 한국 영화 체면 치레를 했다. 영화계 최고 기대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각각 7위(301만명), 8위(294만명)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멀티플렉스 기업들은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는 대형 스크린과 풍성한 사운드를 내세운 아티스트 콘텐츠다. 

방탄소년단 제이홉 월드투어, 진 팬콘서트, 임영웅 청음회 포스터(왼쪽부터). CGV 제공

일례로 올해 CGV에서 개봉한 아티스트 콘텐츠는 11월 말 기준 88편에 달한다.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진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 5월 전국 CGV 50여개 극장에서 정규 2집 발매 기념 청음회를 열어 약 5만석을 채웠다.

아울러 CGV는 KBO, KBL 중계권을 확보한 또 다른 CJ 계열사 CJ ENM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주요 경기를 극장 생중계했다. 현장에 가지 못한 팬덤 일부를 극장으로 불러 모은다는 측면에서 아티스트 콘텐츠와 유사하다.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CGV 측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팬덤 기반의 높은 예매력과 재관람 수요까지 더해지며 콘텐츠 포트폴리오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크린X의 파노라마 화면, 4DX의 체감형 연출 등 특수관 기술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 역시 주목하고 있다.

극장의 개념 변화, 이에 따른 공간 변주 역시 눈에 띈다. 메가박스는 양질의 영화 관람과 고객 니즈 충족을 위해 특별관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르 리클라이너 상영관, LED 상영관, 메가 MX4D 등이 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반딧물만없음’ 상영관을 오픈, 관람 문화의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특별관 상영 비율이 높은 블록버스터 및 애니메이션의 흥행 호조로 극장의 리뉴얼 전략이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메가 LED관 전경(왼쪽), ‘샤롯데 더 플레이’ 포스터. 메가박스, 롯데컬처웍스 제공

기존 쓰임새를 벗어나 다른 용도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메가박스 킨텍스의 ‘메가아이스박스’는 약 400석 규모의 상영관을 개조해 만든 아이스링크다. 롯데시네마는 체험형 전시 공간 ‘랜덤스퀘어’, 방탈출 콘텐츠를 접목한 ‘라이브 시네마’, 버추얼 유튜버 팬을 위한 ‘브이스퀘어’ 등 실험을 선도한 데 이어 10월 ‘샤롯데 더 플레이’를 론칭했다. 롯데시네마 신도림을 배경으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완성하는 콘텐츠로, 극장 전체를 공연 무대이자 영화 세트로 삼는다.

이처럼 극장가는 자구책을 마련하며 영화 시장의 극심한 침체기를 버텨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해결책에 가깝다. 근본적으로 영화관이 살아나려면 영화 관람객이 늘어야 한다. 내년에는 극장가가 보릿고개를 넘고 다시 본령에 충실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1월 출격하는 ‘프로젝트 Y’, 설 시즌을 공략하는 ‘휴민트’, ‘왕과 사는 남자’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을 비롯해서 할리우드 파업 여파 이후 선보이는 신작들도 대기하고 있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