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음료·패션뷰티·편의점업계 등 유통 업계 전반에서 희망퇴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내수 침체와 비용 부담이 겹치며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도입했고, 실적 부진이 반복된 곳들은 2년 연속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전사 지원 조직과 오프라인 영업조직 내 근속 15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경력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에뛰드·오설록 등 주요 계열사에 적용되며, 20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기본급 42개월이 지급된다. 퇴직금은 기본 보상 외에도 재취업 프로그램, 건강검진 지원 등 후속 지원이 포함된다.
최근 그룹이 사옥·물류창고 등 6개 자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력과 자산을 함께 정비하며 비용 구조를 재편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매각이 완료되면 약 1500억원의 현금 확보가 가능해 운영 효율화를 위한 재원 마련 성격도 짙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직원 대상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며 “기업 운영 전반의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커리어를 희망하는 직원들에 한해 실질적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도 195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980년 이전 출생자 중 2015년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하며, 근속 10~14년 직원에게는 기준급여 20개월, 15년 이상은 24개월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재취업 지원금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도 포함돼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장기간 누적된 실적 부진이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2% 줄어든 1849억원, 순이익은 64% 급감한 600억 원에 그쳤다. 올해도 1분기 영업이익이 31.9% 감소하며 하락세가 이어졌다. 2~3분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사업 효율화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형 성장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롯데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도 지난 4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 회사 역시 악화된 수익성이 주된 배경이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4조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줄었고, 영업이익은 1571억 원으로 11.3% 감소했다. 3분기에는 자회사 푸드위드를 설립 5년 만에 청산하기도 했다. 비용 효율화 압박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채널 분야에서도 인력 감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원급은 만 40세 이상 또는 현 직급 8년 차 이상,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10년 차 이상이 대상이며, 퇴직 위로금은 사원급 기본급 20개월, 간부사원 24개월 수준이다. 재취업 지원금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도 포함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실적 부진이 직접적 요인으로 꼽힌다. 코리아세븐의 영업손실은 2022년 125억원에서 2023년 641억원, 2024년 844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매출 2조3866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반등을 만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고환율·물가 상승·소비 위축 등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AI·디지털 자동화 도입으로 업무 구조 변화가 빨라지면서 인력 효율화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에 고환율과 소비자물가 상승까지 겹쳐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AI와 디지털 자동화가 계속 확산하는 만큼 인력구조에 대한 재정비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