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26패. ‘표식’ 홍창현에게 2025년은 커리어 최저점이었다. 시즌 중 2군을 경험했고, 오더와 폼의 균형도 흔들렸다. 그러나 홍창현은 과거의 실패를 정리한 뒤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한 DN 프릭스 중심에 서서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홍창현은 4일 서울 강남구 DN 프릭스 사옥에서 쿠키뉴스와 만나 “비시즌 기간에 친형이 유기견을 입양했다. 자주 산책하면서 친해졌다. 안 좋은 성적의 아픔을 강아지와 함께 치유했다”며 웃었다.
“최하위여도 얻을 부분이 있었다”던 그는 “흡수할 건 흡수하고 안 좋은 기억들은 삭제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소통 문제를 언급하며 “대회에 더해서 연습 과정까지 세심하게 지켜봐야 구체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연습 때 소통과 관련해 결론을 냈다고 봤는데, 대회만 가면 조율이 안 됐다. 시즌 막판에 어느 정도 조율이 된 시점은 너무 늦었다”고 짚었다.
이어 “커리어 통틀어서 올해 가장 콜을 많이 했다. 2022~2024년 모두 큰 틀에서 정답을 말했다. 올해도 그렇게 잘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잘 풀리지 않으면서 큰 틀에 더해 세부적인 콜도 해봤다. 그래도 다 잘 안됐다. 그러면서 제 폼이 떨어졌다. 저한테 신경 써야 하는데 외부적인 콜을 더 디테일하게 하려다 보니 실수가 나왔다. 처음이라 어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커리어 처음으로 2군에 가는 등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홍창현은 “멘탈 케어할 틈도 없었다. 연패 때는 여러 방법으로 멘탈을 관리할 수 있다. 대회 전날까지 휴식을 부여해도 되고, 대회 전날까지 야간 스크림을 진행할 수도 있다. 올 시즌은 후자에 가까웠다”면서 “2군에서 경기 뛰어본 건 처음이었다. 막상 가보니 재밌었다. 당시엔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아서 멘탈이 좋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쉰다는 마인드로 즐겼어야 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밝힌 홍창현은 “프로로서 대회를 챙겨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보기 힘들었다. 화제가 된 문도박사, 키아나 정글 모두 자신 있었다. 보면서 ‘저기 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020년 DRX 때 동료인 ‘도란’ 최현준(T1)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결승 전에 ‘너무 부럽고 배 아프지만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현준이가 우승컵을 드는 장면을 보니 저도 기뻤다”고 축하를 건넸다.
올해 가장 큰 자극은 옛 동료에게서 왔다. 홍창현은 KT 롤스터 ‘비디디’ 곽보성을 언급하면서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도 그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안 풀릴 때는 저 먼저 잘하자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홍창현은 DN 2년 차에는 어떤 부분이 달라져야 할 것 같냐고 묻자 “2025년에는 서로의 생각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제 개인적으로도 팀원을 이끌고 가는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며 “이번 팀원들은 생각도 잘 맞고, 제 말을 따라주려 한다. 코치진도 선수들에게 ‘표식 오더 먼저 따르라’고 전한 상태라 많이 편하다. 주영달 감독님이 제 판단을 믿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 답했다.
다가오는 2026시즌, 홍창현은 LCK에 자신 있게 나선다. 2025 롤드컵 준우승 멤버 ‘덕담’ 서대길, ‘피터’ 정윤수에 더해 수준급 미드 라이너 ‘클로저’ 이주현이 합류했다. 홍창현은 “대길이와 윤수가 최근까지 게임을 했다. 확실히 판단력이 좋다. KT가 롤드컵 결승에 간 이유가 있다. 특히 ‘꿍’ 유병준 코치님, 대길이와 게임 보는 눈이 비슷하다. 매우 긍정적”이라며 “주현이도 챔피언 폭이 워낙 다양한 선수다.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홍창현은 “개인적으로는 폼을 회복해서 올프로에 들고 싶다. 팀적으로는 먼저 플레이오프가 목표다. 최하위 팀에 롤드컵 준우승한 선수들이 합류해서 목표가 높아졌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표했다.
“올 시즌에 선수단도 힘들었지만, 팬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와주신 팬들을 모두 기억해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올해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화려한 꽃을 피워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