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정기를 거친 국내 증시가 반등세로 전환한 모양새다. 특히 다시 찾아온 상승 랠리는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부각될 전망이다. 정책 모멘텀과 연말·연초라는 계절적 특성도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7일 876.81에서 전날 종가 기준 927.73으로 최근 한 달 새 5.8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953.76에서 4154.85로 5.0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유가증권시장 오름세를 상회한 성적이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훈풍을 맞이했다. 12월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3946억원으로 올해 첫 10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1일의 경우 코스닥 거래대금이 11조8161억원으로 집계돼 코스피 거래대금(11조8056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와 함께 코스닥 시가총액은 전날 장중 5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닥 시총이 지난 2021년 이후 5년 가까이 300조~400조원대 박스권을 횡보했던 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고무적인 상승세를 펼친 셈이다.
연기금도 코스닥에 집중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807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코스닥 거래금액은 지난 10월 571억원 순매도에서 11월 215억원 순매도로 전향한 뒤 이달도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를 말한다.
증권가는 현 시점이 코스닥 매수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수익률 격차가 역사적 수준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익률 격차의 근본적 원인인 △코스닥 시장의 우호적인 정부 지원 정책 기대 △공개매수법안 통과에 따른 코스닥 할인 요인 일부 개선 △2026년 코스닥 영업이익 증가율의 코스피 상회 가능성 등에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정부 정책 모멘텀이 꼽힌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관련 시장으로 단기 수급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당국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대만으로 거래대금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실질적인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시장에서는 확정된 정책 랠리보다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흐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일 확실한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과거에는 없던 초대형 IB들의 모험자본 투입 가능성도 중요하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위해 조달한 자금 중 약 20조원 규모가 벤처·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개인 수급 중심 시장 구조를 기관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호재 요인이 내년 코스닥 강세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한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조성한 대규모 정책 자금이 벤처와 첨단 산업을 경유해 코스닥 성장 업종으로 유입됨에 따라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회사채 발행 확대와 정책 자금 유입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시키면 설비투자·수주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현재 예금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점진적으로 이동하며 수급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공개매수제도 법안 통과 시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어 코스닥 기업의 구조적 할인 요인은 일부 소멸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년 코스닥 영업이익은 전망치가 60일 이상 존재한 기업 기준 전년 대비 55% 증가세가 예상된다”라고 부연했다.
계절적 특성도 코스닥 강세장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KB증권이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코스닥 시장 월평균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1월이 2.9%로 가장 높았다. 매년 1월 열리는 글로벌 주요 이벤트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CES 등을 앞두고 코스닥으로 선제적인 자금 유입이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진행됐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서 확인된 상승세가 이번에도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당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추진된 바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7년 12월26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의 대략적인 개요가 포함됐다. 이에 코스닥 시장 2차 랠리의 시작점이 됐다”면서 “실제 관련 정책이 발표된 이듬해 1월11일 이후에도 코스닥은 3주간 더 상승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모멘텀의 경우 이른바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코스닥 활성화 모멘텀은 세 차례(2005년·2013년·2018년) 시도됐으나, 결과는 늘 반짝 급등 후 장기 부진이었다”면서 “실패의 원인이 복합적이었던 만큼, 이번 흐름이 과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핵심 변수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제 혜택의 확대와 신규 기관 강제성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