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시장 재편 신호탄…롯데는 효율화, 오비는 신(新)축 키운다

생맥주시장 재편 신호탄…롯데는 효율화, 오비는 신(新)축 키운다

기사승인 2025-12-15 11:00:05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생맥주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외식 경기 부진으로 생맥주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는 KEG(생맥주 통) 제품을 접고 캔·병 중심 체제로 재정비에 나섰다. 반면 오비맥주는 ‘한맥’ 생맥주 확대를 통해 외식·유흥 채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시장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전략을 택한 두 업체의 선택이 향후 생맥주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크러시 20L, 클라우드 20L등 생맥주 KEG 제품 2종의 운영을 내년 상반기 중 종료한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맥주 카테고리 내 본연 제품군인 캔·병 라인에 집중하고, 논알콜릭 등 기능성 제품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재정비 조치”라며 “이번 조치는 KEG 제품에 한정되며 기존 캔·병 제품 운영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생맥주 라인 축소 배경에는 외식 업황 둔화와 생맥주 운영 비용 증가가 자리한다. 주점·식당 중심의 생맥주 수요가 줄어들며 회전율이 낮아졌고, 사용 후 회수·세척·물류에 드는 고정 비용은 오히려 늘어났다. 과거에는 점포당 일정 수준 이상의 회전율이 유지되며 채산성이 담보됐지만, 최근 몇 년간 외식 소비가 위축되면서 KEG 라인이 기업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주점업은 지난 2023년 4분기 70.06에서 지난해 65.40으로 낮아지며 1년 사이 4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생맥주 전문점 지수는 69.95에서 63.61로 6포인트 넘게 떨어져 회전율 둔화가 더 뚜렷해졌다. 유흥·무도 주점업 역시 대부분 60대 초중반에 머물며 외식 채널 전반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이 지수는 외식업체가 체감하는 경기 수준을 100을 기준으로 나타낸 것으로, 100 미만이면 경기가 나빠졌다고 답한 사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거품이 차오른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 김건주 기자

실제 실적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올해 롯데칠성의 3분기 주류 부문 누적 매출은 5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이 중 맥주 매출은 38.6% 하락한 416억원에 그쳤다. 3분기만 놓고 보면 맥주 내수 매출은 전년 대비 36.4% 감소해 15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47.2%, 2분기 31.2%에 이어 3분기에도 30%대 이상의 역성장이 이어진 셈이다. 

롯데칠성은 생맥주 사업 정비 이후 캔·병 중심의 가정용 수요 강화, 논알콜릭·기능성 제품군 확장 등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외식 중심의 변동성이 큰 시장보다, 집에서 소비되는 맥주와 대체 음료 시장이 앞으로 더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다. 생맥주 철수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클라우드·크러시의 캔·병 제품은 유지하고, 라들러·제로슈거·논알콜릭 등 ‘분화된 소비’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오비맥주는 같은 외식 침체 국면에서도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했다. 오비는 올해 ‘한맥’ 생맥주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며 외식·유흥 채널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한맥의 생맥주 취급처는 지난 1월 2400곳에서 이달 첫째 주 기준 7000곳을 돌파했다. 이달 기준 생맥주 출고량은 연초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에게 생맥주 시장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쌓는 핵심 접점으로 평가된다. 가정용 시장은 제품이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 신규 SKU(상품 종류)가 안착하기 어렵지만, 생맥주 시장은 ‘맛·경험 기반 소비’가 강해 브랜드가 고정되기 쉽다. 특정 주점에서 한맥 생맥주를 접한 소비자가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할 경우, 이후 캔·병 제품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크러시 맥주. 임지혜 기자


오비는 이미 카스·카스라이트를 앞세워 가정용 맥주 시장 점유율 1·3위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한맥을 별도 축으로 키워 외식·유흥 시장에서의 기반을 넓히는 ‘3축 전략’을 가동하는 셈이다. 오비는 카스가 대중성과 확장성을 맡고, 한맥은 프리미엄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통해 소비자군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3040대 소비자층을 주요 타깃으로 두고 이들에게 특별한 음용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한맥은 생맥주에 대한 소비자 성원에 힘입어 취급처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업체의 상반된 선택은 생맥주 시장 자체의 구조 변화와 맞물린다. 외식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생맥주 운영의 고정 비용이 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롯데의 생맥주 철수는 비용 효율화 관점에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반면 오비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경험 가치’에 기반한 브랜드 육성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다른 선택은 결국 운영 전략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며 “외식 시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 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의 맥주 소비를 선호하느냐가 앞으로 시장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생맥 중심 전략은 경험 가치가 강한 대신 외식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캔·병 중심 전략은 안정성이 높지만 차별화가 과제라는 평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예솔서명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