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만 평가자?” GA ‘배제된 통제’에 한숨

“보험사만 평가자?” GA ‘배제된 통제’에 한숨

기사승인 2025-12-10 06:00:05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보험대리점(GA)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잇따라 정비하고 있다. GA를 둘러싼 규제도 줄줄이 시행을 앞둔 상황. GA 업계에서는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안감과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회사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는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GA에 대해 자체 평가지표를 마련해 직접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한 제도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GA 리스크를 적정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추가 자본 적립 등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GA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민원과 불완전판매가 동반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보험사가 들여다보는 항목은 불완전판매율, 민원 비율, 계약 유지율 등 소비자보호 지표를 비롯해 내부통제·보안 체계 등이다. 평가 결과는 보험사 이사회까지 보고된다. GA에서 불완전판매가 반복되거나 통제 미흡이 확인되면 보험사는 위탁계약 중단이나 보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GA 업계는 줄곧 독립성·자율성 침해 우려를 제기해왔다. 김용태 GA협회 회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 “제3자 리스크관리는 보험사에 금감원 수준의 자료 요구·감사·실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보험사별 상이한 평가지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인력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도 시행 직후 GA협회는 다소 톤을 누그러뜨렸다. GA협회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합리적 범위 내 점검과 과도한 자료 요구에 대한 거부권을 명확히 해 제3자 리스크관리가 건전한 경쟁과 소비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반영됐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과 생·손보협회의 협의 과정에서 GA 경영 침해 우려와 영업비밀 보호, 공정경쟁 저해 요소 등이 일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초기 논란이 컸던 ‘상시 자료 제출’ 조항은 일부 완화됐지만, 보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폭넓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는 그대로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나 내부 통제가 미흡한 곳을 정리하는 순기능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평가 방식은 보험사와 GA가 상호 평가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당국이 민간에 역할을 전가하기보다 기존 내부통제 평가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을 둘러싼 불안감도 여전하다. 또 다른 GA 관계자는 “현재 공통된 기준이나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어 불안하다”며 “실제 평가는 보험사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부분이 명확히 제시돼야 GA 입장에서도 내부 체계를 재정비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지금은 큰 틀만 제시된 상황이라 이런 부분에서 불안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GA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논의 과정에서 소외돼 왔다’는 점이다. 최근 당국이 추진 중인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이 대표적이다. 이 개편안의 핵심은 △‘1200% 룰’의 GA 확대 적용 △2년 내 일시 지급하던 판매수수료를 최대 7년까지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선지급 수수료를 축소하고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해 설계사 이직률을 낮추고 계약 유지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당시 GA 업계는 “과점만 강화된다”며 반발했지만, 금융당국은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다”며 개편안을 유지했다. 해당 안건은 현재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다. 

GA를 둘러싼 규제들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GA를 얼마나 적정하게 관리하는지를 직접 평가하는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나  ‘GA-보험회사 연계검사 강화’ 등이 준비 중이다. 이들 역시 GA 업계에서는 논의 테이블에 초대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한 GA 관계자는 “이번 리스크관리 논의 과정에서도 GA는 배제됐다”며 “주기적으로 GA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그 피드백을 수렴해서 고쳐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