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0% 시대 온다...한은 “자금 흐름, 생산 부문 중심으로 바꿔야”

성장률 0% 시대 온다...한은 “자금 흐름, 생산 부문 중심으로 바꿔야”

기사승인 2025-12-09 21:13:27
서울 아파트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가계 중심의 신용 구조를 생산 부문으로 전환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한국은행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현재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현재 추세대로면 2040년대에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혁신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도 매년 2%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우리나라도 경제 성장률을 2%가 넘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이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그중에서도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한은 연구 결과도 같은 문제의식을 뒷받침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생산 부문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를 통해 GDP 대비 가계 신용비율을 낮추고 기업 신용 등 생산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하면 장기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75~2024년 43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민간 신용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이 10%p(포인트) 낮아질 경우 우리나라 장기 성장률은 연평균 0.2%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중소기업과 고생산성 기업에 신용이 배분될 때 성장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부동산 부문 신용은 성장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위해 한은은 금융기관의 인센티브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관련 위험가중치는 높이고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식이다. 또한 비(非)생산 부문에는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을 적립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아울러 한은은 “현재 대차대조표·담보·보증 중심의 대출 심사 관행이 성장 잠재력이 큰 신생·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약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특화된 사업성·기술력 기반 신용평가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