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미국 시장에 집중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봐야 합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2026년 글로벌 증시 전망 간담회’에서 “아시아는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네덜란드 최대 자산운용사로 전세계 13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 1929년 설립했으며 신흥시장에 투자를 시작한지 30년이 됐다. 신흥 시장 자산운용은 560억달러를 넘어섰다.
크랩 대표는 “미국은 꾸준한 주가 상승으로 이미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높다”면서 “아시아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미국 대비 낮을뿐 아니라 역사적 저점에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미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이 동조화 되는 현상 즉 ‘싱크로나이즈드 쉬프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밸류에이션이 역대 최고치까지 오르지는 않은데다 유휴자금이 많고 실적 개선세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가 1990년대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아시아는 금융위기로 밸류에이션이 급락했지만, 미국은 노키아·퀄컴 등 IT기업의 성장으로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이후 아시아의 테크·미디어 기업들이 성장하며 미국을 뒤따랐다는 설명이다.
크랩 대표는 “아시아 전체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국가별로 모멘텀이 다르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중시한다면 일본·한국이, 성장성을 노린다면 동남아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인도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커질 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중립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조슈아 크랩 대표는 “아시아 시장 전체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각 국가별로 조금은 다른 모멘텀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투자전략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7억명이 넘는 인구 구조와 높은 소비 성향,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시장에 대해서는 “AI·전력 설비투자가 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각 교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서 그간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좀비 기업’이 퇴출되는 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에 대해선 “밸류업을 통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며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관련 제도화로 밸류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시장은 최근 조정을 통해 투자 가능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농촌 실질임금 상승과 상품·서비스세(GST) 인하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저점을 통과한 만큼 기회의 영역이 남아있지만 기업별 실적 차별화가 뚜렷하다”며 선별적 접근을 주문했다.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에 대해 그는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편입된다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떤 인덱스에서 한국이 어떤 비중을 차지할지 등 종합적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