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고백, 로맨스와 성희롱 사이 [WORK & PEOPLE]

직장 내 고백, 로맨스와 성희롱 사이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12-10 14:52:01
김희영 노무법인 친구 공인노무사


최근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 중에 ‘고백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고백 공격은 상대방과 연애 감정의 교류가 전혀 없거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이 전혀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사랑을 고백하여 오히려 상대방에게 정신적 피해나 심리적 불쾌감을 안겨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직장인들이 다수 모여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회사에서 뜬금없이 고백 공격을 당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글들도 종종 올라온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직장 내 로맨스는 언제나 인기 있는 소재다. 《사내맞선》, 《멜로가 체질》, 《연애의 온도》,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들이 직장 동료 간의 설렘과 사랑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하지만 현실의 직장에서는 낭만적인 고백이 한순간에 공격이 되고, 때로는 심각한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그만큼 직장 내 호감 표현을 둘러싼 감수성은 과거보다 훨씬 예민해졌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서 호감 표현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어디서부터가 위험 신호가 되는 걸까.

법적 판단의 핵심은 상대방의 거부 의사이다. 직장 내 사적인 호감 표현이나 구애 행위가 성희롱으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순간은 상대방의 ‘원치 않는 행동’을 인지했음에도 행위를 반복할 때이다. 호감 표현 자체만으로는 즉각적인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 내용에 노골적인 신체 접촉이나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요구, 신체적 특징에 대한 언급 등이 포함된다면 즉시 성적 언동으로 인정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반복과 일방적인 행위이다. 원치 않는 만남이나 교제를 강요하는 행위, 호응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사적인 문자나 연락을 보내는 행위, 좋아한다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계속 시도하는 행위 등은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에는 관심 없이 오직 본인의 욕구에만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곧 ‘일방적인 공격’이 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지점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을 때이다. 오래전에는 침묵이나 미소를 묵시적 동의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의 판례는 이러한 해석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을 비롯한 주요 판례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적극적, 소극적, 묵시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거부 의사 표현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에 지위나 관계의 우위성이 존재할 경우, 피해자는 조직 생활 유지나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명확한 거절 대신 회피, 침묵, 미소 등의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자의 태도는 권력관계에 기반한 거부의 어려움으로 해석해야 하며, 이를 묵시적 동의나 호응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직장 내에서 사적인 호감을 표현한 행위자는 상대방의 명확한 동의나 긍정적인 반응이 없는 한 더 이상의 반복적인 사심 표현을 멈춰야 한다. 상대방의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거절일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지속할 때 그 순간 건전한 호감 표시는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동반하는 고백 공격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글·김희영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친구 분당지사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