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독주에 눌린 K-배터리…美 ESS 시장 ‘메가딜’로 반등 신호탄 쏠까

中 독주에 눌린 K-배터리…美 ESS 시장 ‘메가딜’로 반등 신호탄 쏠까

국내 배터리 업계 점유율 하락세…中기업의 무서운 성장
美시장 공략, 위기 탈출 해법…“배터리 산업 반등 기회”

기사승인 2025-12-11 16:52:35
중국의 점유율 독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중국의 점유율 독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조(兆) 단위’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모습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은 16.0%로, 4년 새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CATL·BYD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55%에 달하며, 한국 기업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실적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삼성SDI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5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으며, 지난해 4분기(-2567억원)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K온 역시 12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을 이어갔고, 올해 들어 배터리사업 누적 적자만 4905억원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2016년(매출 3조5616억원·영업손실 493억원) 이후 7년간 외형을 빠르게 성장시켜 왔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영업이익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기차 캐즘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체된 국내 배터리 시장을 상쇄할 새로운 성장축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기업들과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판으로 북미 시장에서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날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2조원대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ESS분야에서 확보한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앞서 3월에는 미국 최대 전력회사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400억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7월 테슬라와 6조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계약 기준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 SK온은 지난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LFP 파우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6.2GWh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이들 3사가 연이어 대규모 수주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미국 내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삼성SDI와 SK온도 미국 내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현지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지 생산 기반과 안정적 장기 계약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도 현지 생산 체계 강화 및 대규모 수주가 국내 배터리 산업 반등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기차 캐즘으로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점유율마저 중국에 밀리며 기업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ESS 배터리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미 ESS 시장은 향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국 기업들과의 공급 계약은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