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로 바꿔 달라”…조합서 브랜드 격상 움직임 확산

“하이엔드로 바꿔 달라”…조합서 브랜드 격상 움직임 확산

기사승인 2025-12-12 06:00:10
서울 지역 아파트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도시정비사업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는 조합이 늘고 있다. 전문가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 공사비가 증가하지만, 집값 상승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인 DL이앤씨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 적용을 요구했다. 이 구역은 당초 DL이앤씨의 일반 브랜드인 ‘e편한세상’으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DL이앤씨 측은 아크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한 상황이다. 조합은 지난 2023년에도 아크로 적용을 추진을 한 바 있다.

건설사들은 일반 브랜드와 별도로 최상위 단지에만 사용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 ‘디에이치(THE-H)’ △대우건설 ‘써밋(SUMMIT)’ △DL이앤씨 ‘아크로(ACRO)’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HAUTERRE)’ △롯데건설 ‘르엘(LE | EL)’ △SK에코플랜트 ‘드파인(DE'FINE)’ 등이 있다.

최근 정비사업 조합들 사이에서 일반 브랜드보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는 추세다. 단지에 어떤 브랜드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분양성, 단지 이미지, 시세 형성 등 가치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갈등이 발생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예컨대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조합은 지난 2021년 시공사였던 DL이앤씨에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2023년 포스코이앤씨를 새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했다.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 과정에서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졌다.

시공사 선정 이후에 조합의 요구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서울 노량진6구역은 SK에코플랜트와 GS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시공을 맡았다. 노량진6구역 조합은 “노량진뉴타운에서 유일하게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을 요구했다. 이후 조합은 SK에코플랜트와 고급화 수준, 공사비 등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 적용을 이끌어냈다.

다만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은 공사비 인상을 초래해 조합에도 부담을 준다. 건설사마다 엄격한 적용 기준이 있으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려면 설계부터 외관,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까지 전반적인 고급화가 필요해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조합과 건설사 간 협상 과정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이 늘면서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회사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기준이 있어 충족하지 못하면 적용하기 어렵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무분별하게 적용할 경우 브랜드의 희소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회사별로 기준이 있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조합이 집값 상승 기대 때문에 공사비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사람들은 주택 완공 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하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면 이러한 기대를 일정 부분 충족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경우 분양가 산정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시 공사비가 오르는 문제가 있다”며 “공사비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집값이 더 오르면 손해가 아니지 않느냐. 이를 감수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