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 vs 박정원의 두산밥캣…건설기계 거점 확보 전략은

정기선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 vs 박정원의 두산밥캣…건설기계 거점 확보 전략은

- 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건설기계 합병, 내년 1월1일 출범
- 정기선이 직접 공동대표로…북미·유럽 이어 신흥국 진출 발판 마련
- 獨 바커노이슨 인수 나선 두산밥캣, 몸값만 5조 넘어…유럽 저변 확대
- 두산밥캣, 글로벌 금융위기에 주춤했지만…1조원 안팎 ‘캐시카우’로

기사승인 2025-12-16 06:00:04 업데이트 2025-12-16 10:54:02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두산그룹의 건설기계 계열사 두산밥캣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기 다른 전략으로 입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대표되는 HD현대의 건설기계 사업은 ‘오너 3세’ 정기선 회장이 도맡아 꾸준히 이끌어 온 애착 분야이기도 하다. 두산밥캣 역시 과거 실적 부진을 딛고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10월 말 열린 경주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이 ‘직접 챙기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그룹 핵심 중간지주사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합병 안건을 승인받았다. 양사는 합병 절차를 거쳐 내년 1월1일자로 ‘HD건설기계’로 출범할 예정이다. 지분구조는 기존 ‘HD현대→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건설기계(37.6%), HD현대인프라코어(34.9%)’에서 ‘HD현대→HD현대사이트솔루션→HD건설기계(35.8%)’로 바뀐다.

합병 목적은 조선, 에너지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인 건설기계 사업의 경쟁력 강화다. 중복된 라인업을 정리해 효율화하고 공백 영역은 보강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건설기계 사업은 지난 10월 승진한 정기선 회장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8500억원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해 성공적으로 그룹에 안착시킨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정 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대표를 맡아 송희준 신임 대표와 함께 건설기계 사업을 직접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HD현대의 건설기계 사업은 북미·유럽의 노후 장비 교체 수요, 신흥국(인도·브라질 등)의 자원개발 수요 증가 등에 따라 그간 길었던 침체기를 지나는 모습이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매출 1조1302억원, 영업이익 8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291% 증가했다. HD현대건설기계 역시 3분기 매출 9547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7%, 30% 증가했다.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3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과 차입금 비율 역시 각각 127%, 59%로,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던 해인 2021년 249%, 82% 대비 크게 개선됐다. HD현대건설기계의 3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과 차입금 비율은 각각 87%, 44%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인프라코어는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38% 증가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30%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아프리카·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저변을 넓혀 3분기 기준 신흥국 시장에서만 매출이 33%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 또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쟁 이전부터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 내 최대 점유율을 유지해 왔으며, 종전 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건설기계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통합 법인 HD건설기계는 전기·수소굴착기, 스마트 장비 등 친환경·전동화 제품을 앞세워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스캇 박(박성철) 두산밥캣 부회장(CEO)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두산밥캣 제공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그룹 캐시카우 된 두산밥캣

두산밥캣은 최근 독일의 글로벌 건설장비업체 바커노이슨 인수에 나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커노이슨 측은 “두산밥캣으로부터 대주주 지분 63% 인수와 나머지 지분을 시장에서 공개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아 논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바커노이슨의 몸값은 최대 30억유로(약 5조1000억원)로 추산된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지난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을 인수한 이후 두산그룹의 역대 두 번째 빅딜이 될 전망이다. 경영권 지분을 포함한 두산밥캣 측의 실제 인수가는 20억유로(약 3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추후 공개매수 등을 통해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인수는 북미 중심 사업 구조의 한계를 유럽 확장으로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의 3분기 매출은 2조1152억원, 영업이익은 1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6.3% 증가했다. 매출 비중은 북미 70%, 유럽 20%, 기타 지역 10%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지난 4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건설기계 전시회 ‘바우마 2025’를 찾아 “유럽 시장은 북미에 이어 두산밥캣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할 제2의 홈마켓”이라며 “혁신 기술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반면 바커노이슨은 유럽 매출 비중이 78%에 달하며, 올 3분기 기준 영업이익 4000만유로(약 693억원), 영업이익률 7.5%로 안정적이다. 양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소형 건설기계 장비 분야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및 연구개발(R&D)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두산밥캣은 그동안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왔지만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음에도 대규모 M&A에는 소극적이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미시장 피크아웃 시점에서 전략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돼, 인수 여부를 떠나 긍정적인 전략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두산밥캣의 완전 전동식 건설장비 T7X. 두산밥캣 제공 

두산밥캣의 이러한 ‘통 큰’ 투자 행보는 2007년 인수 초기와 비교하면 더욱 극적이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인수에 49억달러(당시 약 5조7000억원)를 투입한 직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 전반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두산밥캣은 2016년 코스피 상장 이후 실적 개선을 이어왔다.

2022년에는 두산산업차량 인수 및 북미 시장 수요 확대에 따라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클럽(1조716억원)’에 가입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 8714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했지만, 이는 글로벌 건설경기 업황 둔화에 따라 HD현대인프라코어(2024년 영업이익 전년比 56%↓)와 HD현대건설기계(전년比 26%↓)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두산밥캣은 미니 굴삭기, 스키드로더 등 컴팩트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무인화·자동화 R&D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투자금액은 전년(3억2935만달러)과 유사한 3억178만달러(약 4200억원)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말에는 경기 안양시에 차세대 배터리 팩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해 공식 출범, 전동화 건설장비용 표준화 배터리 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별로는 주력 시장인 북미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멕시코 몬테레이에 3억달러(약 4000억원)를 들여 신공장을 건설, 로더 제품 기준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약 20%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관세 불확실성을 고려해 유럽과 인도, 동남아, 중동 등 신흥국 시장으로도 저변을 넓히며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매출은 최근 4년간 연평균 8%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주력 시장인 미국의 금리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미국시장에서의 수요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의 관세 영향이 지속되겠지만, 계절적 요인과 환율 상승이 이를 상당부분 커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