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역 현안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정부의 대형 사업 유치에 실패하면서 도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의 타운홀미팅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권의 무기력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전북자치도가 1조 2000억원이 투입될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우선 협상 대상지에서 탈락한 것은 의외다. 전북자치도는 자신감 있게 새만금 산업단지 3공구를 후보지로 제시하며, 적합한 단일 부지 규모와 RE100 기반 전력 공급, 군산 플라즈마기술연구소 등을 내세워 유치에 나섰으나 실패하고 전남 나주가 우선 협상대상지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고문에 ‘소요 용지는 지자체에서 무상 양도 등의 방식으로 토지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 검토한다’고 명시했음에도 조건을 유일하게 충족하는 새만금을 배제했다. 전북자치도는 부지 선정 절차의 공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에 냈으나 이의제기 심사위원회는 신청을 기각했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은 수소 동위원소를 초고온 상태에서 융합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 지역을 선정했다며 정치적 편향 결정으로 ‘노골적인 전북 홀대’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북의 최대 현안인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이 법원의 판결로 제동이 걸린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기본계획의 경제성·환경성·안전성 검토가 불충분하며, 공항 필요성·타당성에 대한 정부 입증이 부족하다며 환경단체가 낸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내렸다. 조류충돌 위험과 생태계 파괴 조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로 착공을 2개월 남긴 시점에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사업 자체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정으로 정부와 전북자치도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새만금 개발의 핵심 동력이자 전북의 미래를 떠받치는 국가기간 인프라로 지난 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까지 이끌어내며 공 드린 사업이었기에 도민들의 분노가 더 들끓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전주·완주 행정통합도 주민과 지역 간 갈등만 불러일으켰고, 행정력을 낭비한 채 민선 8기에서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행정안전부가 행정통합에 관한 주민투표를 권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당장 주민투표를 실시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각종 절차를 마치기 어려워졌다. 지역 주민의 지지와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혹평이다.
전북자치도가 갑자기 들고 나온 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도 오리무중이다. 서울을 제치고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돼 기치를 올렸으나 잡음만 무성한 채 어떠한 상황인지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전북자치도가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하고 정보를 혼자 움켜쥐고 있다’고 비난할 정도로 논란만 커지고 있다. IOC는 개최도시 결정을 미루고 있고, 비수도권 도시 연대를 내세워 후보도시가 되었으나 서울에서 8개 종목 경기를 치르겠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 투명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어 도민들에게는 ‘희망 고문’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북특별자치도 타운홀 미팅도 다른 시도에 비해 턱없이 늦었지만 19일 전후로 열릴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결국 올해 안에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의 타운홀 미팅은 단순한 지역 방문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현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각 지자체는 숙원 사업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기도와 충청권은 지역에 따라 타운홀미팅을 두 차례 개최한 곳도 있는데 전북자치도만은 유독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일정 조정 이상의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전북자치도에 줄 ‘일종의 선물’이 없는 것인지, 전북자치도 수뇌부의 대통령실 네트워크가 부재한 것인지, 대통령실의 ‘숙의’가 길어질수록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전북 도민들의 피로감은 가중된다.
전북자치도민들은 6.3 대선에서 83%라는 압도적 지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만큼, 지난 60여 년간 가해진 차별과 소외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전북 출신 인물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전북 발전의 새 전기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전북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별과 낙후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할 조짐에 케케묵은 ‘전북 홀대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소위 ‘3중 소외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특별한 성장’을 모색하고 있으나 특별하게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일은 많이 벌여놓았지만 제대로 성사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다른 지역 간의 경쟁에서도 번번이 밀리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중앙 정치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김관영호의 무기력인지, 중앙 정치에서 역할을 해줘야 할 정치인들의 무능인지, 도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자치도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 더 밀린다면 지역 소멸 속도만 가속될 뿐이다. 지역 발전과 미래 성장을 선도할 사업들이 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원인과 문제를 주도면밀하게 진단해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차별과 소외가 전북을 억압할 수 없도록 전향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