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범죄에 연루된 청년들, 우리 사회는 무엇을 놓쳤나 [박효진의 교육 우문현장]

해외범죄에 연루된 청년들, 우리 사회는 무엇을 놓쳤나 [박효진의 교육 우문현장]

글·박효진 경기교육연대 상임대표

기사승인 2025-12-16 06:00:11 업데이트 2025-12-16 08:38:48
박효진 경기교육연대 상임대표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범죄 단지에서 고수익 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감금되거나 사망한 한국 청년들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들이 어떻게 범죄에 동원됐는지 속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젊은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 국경 밖에서 참혹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이 어떤 연유로 위험을 감수하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떠오른 단어가 있다. 몇 년 전 청년 실업 문제와 더불어 대중들에게 떠돌던 말, ‘헬조선’ 혹은 ‘탈조선’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우리 젊은 청년들이 범죄의 소굴로 들어간 이유가 과연 그들 개인에게 있을까?

‘헬조선’을 외쳤던 이들이 2020년대 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고, 이제 사회로 나온 연배라고 따져보면,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비행이나 비극으로 치부될 수 없다. 학교는 이들에게 본질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고, 사회는 기회의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했다. 총체적인 사회 시스템의 실패로 봐야 한다. 

이를 두 가지로 집약하면 교육의 불균형과 양질의 일자리 소멸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 교육이 대학 입시만을 목적에 둔 경쟁 체제라는 것은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교육 정책은 소수 엘리트 학생들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학교 현장은 우열반을 나눴고 소수를 능력주의로 무장하게 했다. 그 속에서 개인의 다양한 잠재력을 육성할 기회는 사라졌으며,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낙오되는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이미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버린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진로 교육은 대입 전형 분석이나 적성에 맞는 학과 찾기 정도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과도한 경쟁에 몰려 ‘탈학교’를 선택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교육 정책 대상에서 삭제돼 버렸다. 대학 입시가 문제가 아니다. 입학한 대학으로 인간을 서열화하려는 경쟁 사회 시스템이 문제다. 

고강도 입시 경쟁을 뚫고 졸업장과 화려한 스펙을 모아둔 청년 대부분은 다시 경쟁 체제로 돌아가는 구직 전쟁을 마주한다. 물론 모든 청년이 취업의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가진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기술이 연결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청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졸업장을 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결과이자, 본질적인 진로 교육이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즉 우리나라 안에서는 정당한 노력으로 고수익을 얻을 기회가 없다는 절망감이 청년들을 자꾸 해외 취업으로 내모는 것이다. 

한 번 이 사회에 절망한 청년들은 자극적인 허위 광고에 쉽게 현혹되기 마련이다. 결국 캄보디아 범죄에 연루된 청년들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됐다고 느끼는 절박함을 파고든, 우리 교육의 그림자다.

앞으로 우리는 경쟁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학교 현장의 경쟁 교육도 바꿔야 한다. 첫째, 다양성 중심의 유연한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을 넘어, 또 주입된 지식으로 줄 세우는 것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AI) 산업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문제 해결 능력, 협업 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의사나 변호사가 될 필요는 없으며 각자의 적성에 맞는 전문성을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둘째, 역량 중심의 실력 사회를 향해 혁신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 대학 간판이 아닌, 각자 보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중심을 저변으로 확대해 지역 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다. 캄보디아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절망적인 선택은 한국의 미래에 경고등을 켠 것이다. 학생들을 살리는 교육, 청년들을 살리는 사회 시스템을 통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교육적인 현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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