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민원실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았지만, 결제 단계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카드결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인근 카페 직원에게 부탁해 계좌이체로 1000원을 보내고 현금을 받아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무인민원발급기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확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민원실에서조차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정책 이행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행정 혁신을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2월 금융결제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인민원발급기 수수료 결제수단을 현금 중심에서 신용·체크카드, 모바일 간편결제로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민등록등·초본, 토지(임야)대장 등 현금 결제만 가능했던 유료 민원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행안부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2019년 1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4218대 가운데 약 39%에 해당하는 1662대에 이미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탑재했으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는 삼성페이를 우선 도입하고, 향후 다양한 간편결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정책 발표 이후 5년이 지났지만, 현장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전히 결제 방식과 관련해 “카드 결제가 가능한 발급기도 있지만, 일부는 현금 결제만 가능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에 설치·운영 중인 무인민원발급기는 5684대다. 이 가운데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실제로 가능한 기기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공개돼 있지 않다. 정책의 핵심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통계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더욱이 중앙부처가 밀집한 정부세종청사 민원실에서도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행안부가 직접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추진해 온 정책이 정작 행안부 코앞의 현장에서도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지자체에 운영 책임을 떠넘기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스템은 됐지만, 리더기 설치는 지자체 몫이다. 지자체별로 운영할 때 카드 리더기를 설치하고 안 하고는 운영 주체의 역할”이라며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는) 행안부 예산으로 보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