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기존 라인업을 정리하며 내수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단과 LPG SUV를 과감히 접고, SUV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제품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침체가 길었던 내수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은 르노코리아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앞세워 다시 한 번 성장 국면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와 아르카나·QM6에 쏠린 내수 구조의 한계
르노코리아의 올해 1~11월 기준 누적 내수 판매는 4만7500대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지난해 출시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3만7000여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침체가 길었던 국내 시장에서 르노가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이런 흐름을 단순한 반등으로만 보기 어렵다. 현재 내수 판매를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모델은 크게 그랑 콜레오스와 아르카나와 QM6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내수 구조는 타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0종이 넘는 내수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고, 비슷한 규모의 KGM과 한국GM 모두 5개 이상의 주력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한두 모델에 실적이 집중되는 구조로, 특정 차종의 성과에 따라 전체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오래된 모델 정리하고 ‘오로라 프로젝트’로
르노코리아는 최근 중형 세단 SM6와 SUV QM6의 생산을 종료했다. 2016년 첫 출시 이후 SM6는 15만7000대, QM6는 25만8000대가 판매되며 브랜드의 세단과 LPG SUV 라인업을 대표해온 모델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중단이라기보다는 오래된 모델을 정리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전략 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조정”이라며 “브랜드 로고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가져가는 과정”이라 말했다.
르노코리아의 시선은 이제 ‘오로라 프로젝트’에 맞춰져 있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친환경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한 중장기 신차 전략으로, 내수 정상화뿐 아니라 글로벌 수출까지 염두에 둔 로드맵이다.
르노 관계자는 “르노 글로벌 그룹 내에서도 오로라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1·2차 모델 모두 내수와 함께 글로벌 수출 모델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출시될 오로라2(프로젝트명)는 준대형 쿠페형 하이브리드 SUV다. 인공지능(AI) 기반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탑재하고, 주행 경험 전반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르노의 중심 축이 될 전망이다.
라인업 확장이 생존의 조건
르노코리아는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세닉을 국내에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앞으로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2026년까지 하이브리드·전기 모델 중심의 라인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라인업 확장’을 꼽는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르노코리아는 자체 개발 역량이 제한돼 본사 결정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결국 다양한 차종을 직접 기획 및 생산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 공장 역할에 머무를 경우 내수 시장 존재감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저가형 모델까지 포함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코리아가 품질·디자인·전동화 대응에서 현대기아 대비 늦었다”며 “특히 신모델 출시 속도가 늦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놓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엔진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과감한 디자인 변화가 브랜드 재도약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