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기관전용사모펀드(PEF)의 책임성과 운용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규율체계 개선에 나선다. 모험자본 공급을 비롯해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도 단기이익 실현에 매몰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영향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제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혁신·벤처업권, 금융권, 시장 인프라 기관,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을 경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한 과제들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자본시장은 공공·민간 공동 혁신모델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미래 가능성을 선별하여 위험을 감내하고 장기적 성장에 투자하는 만큼 가장 생산적인 금융의 장(場)이 될 수 있다”며 “오늘 논의하는 안건들은 우리 자본시장이 생산적 금융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PEF 규율체계 강화…개정안 연내 발의”
논의 안건으로 제시된 과제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기관전용사모펀드(PEF) 규율체계 정비 △벤처·스타트업 주식 안전 거래를 위한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 진입 허용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관리·감독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PEF 관련 안건은 책임·건전성 제고와 해외와의 규제차익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게 개편하는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PEF는 전통 금융이 투자하기 어려운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산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을 가졌다”면서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PEF가 단기이익 실현에 매몰돼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업무집행사원(GP) 책임성 확보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PEF 운용 건전성 제고 위한 감독당국 보고체계 정비, 투자자 및 시장 규율 강화, 피투자회사의 이해관계자 보호 추진 등을 추진한다.
특히 GP의 중대한 위법행위 발생에도 곧바로 등록취소가 어려운 점을 대폭 개선한다. GP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비롯한 중대한 법령위반 1회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GP 등록요건으로 금융사 수준의 대주주 적격 항목을 신설해 수준 높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GP가 운용 중인 모든 PEF의 현황을 금융위에 일괄 보고하도록 변경한다.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도 보고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PEF의 차입한도는 현행처럼 순자산의 400%로 유지한다. 하지만 200% 초과 시 사유와 PEF 운용에 미치는 영향, 향후 관리방안을 금융위에 설명하도록 개선한다.
투자자가 PEF 운용현황을 상세히 확인해 GP를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항목도 확대한다. 이외에도 자율규제 관행을 유도하기 위해, PEF 투자원칙, GP-LP간 표준계약서 등을 담은 PEF 위탁운용 가이드라인을 정책금융기관 및 연기금 중심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같은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내 발의(의원입법)할 예정이다.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 기관 진입 허용은 벤처·스타트업 등 비상장주식의 안전한 거래를 위해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비상장주식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행하거나, 수기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주주권 증명이 어렵고 위·변조 범죄에 취약해 법적 안정성이 부족한 측면이 존재했다.
금융당국은 비상장주식 맞춤형 전자등록이 활성화될 경우 거래·관리의 투명성과 편의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비상장주식 관련 분쟁 가능성을 낮추고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내년 상반기 중 법무부 등 관계부처 및 기관과 함께 허가심사기준(메뉴얼)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관련 허가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대형 IB 모험자본…향후 3년간 총 15.2조원 추가 공급”
금융당국은 종투사 등 대형 IB(5개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필요한 관리 및 감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대형 IB 5개사는 지난 9월말 기준 5조1000억원의 모험자본 투자잔액에 더해 향후 3년간 총 15조2000억원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모험자본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가 각각 4.5대 5.5의 비율로 고루 배분될 예정이다. 먼저 직접투자는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공급(직접투자액 약 85%)과 신·기보 보증 P-CBO 등의 구조화 금융(직접투자액 약 15%)을 통한 자금공급으로 이뤄진다. 간접투자는 다양한 투자조합(간접투자액 약 26%)과 정책펀드(간접투자액 약 74%)를 거쳐 모험자본으로 자금이 유입된다.
개별 투자항목에서는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을 약 27%로 가장 높게 잡았다. 이어 A등급 이하 채무증권(약 15%), 중소·벤처기업(약 13%)에 대한 직접자금공급이 뒤를 이었다. 개별 대형 IB들은 각 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특색에 맞는 모험자본 투자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험자본 공급은 향후 발행어음이나 IMA를 통한 각 사의 자금조달 규모, 건전성 및 시장상황 등 미래 여건에 좌우된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은 확정된 수치가 아닌 가변적인 계획”이라며 “정부는 조달 및 운용 측면에서 걸림돌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안들을 발전시키고,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지속 소통·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이 금융사 업무나 투자대상 변화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속도감있게 창출해야 한다”면서 “향후 정책전달체계까지 꼼꼼히 챙겨 궁극적으로 ‘국민이 체감하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금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