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4년 만에 바로 1부 올라간다고 하면 속된 말로 도둑놈 소리 듣는 거고, 올라갔을 때 안 떨어질 준비부터 돼 있어야 한다.”
고정운 김포FC 감독은 지난 11일 김포솔터체육관에서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전지훈련부터 준비했지만 1라운드 로빈에서의 부진과 연이은 부상, 뎁스 부족이 겹치며 7위로 마감한 게 가장 아쉽다”며 “매해 선수 변화 폭이 크다 보니 조직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초반 1라운드에서 승수를 쌓지 못한 게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고 밝혔다.
김포는 시즌 중반 이후 13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상위권을 위협하는 팀으로 도약했다. 그 과정에서 리그 1·2위였던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을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시즌 내내 이어진 부상 악재는 끝내 김포의 발목을 잡았다.
고 감독은 “프로 전환 이후 좋은 성적을 냈던 지난 시즌들에는 부상 선수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가뜩이나 스쿼드가 얇은 상황에서 장기 부상이 너무 많았다”며 “개막전부터 이인재 선수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했고 루이스와 디자우마도 발가락·발목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나가는 등 매 경기 누군가가 빠진 상태였다. 그게 7위로 시즌을 마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숨 막히는 순위 경쟁을 하던 막판 다섯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한 것도 크게 아쉬웠다”며 “그때가 박동진의 경고 누적, 채프먼의 발목 부상, 디자우마·루이스의 연쇄 부상이 겹친 시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천안전에 3-1로 진 것도 그렇지만 부천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게 제일 속이 상했다”며 “강팀 수원·인천 상대로는 잘 싸우고도 다른 상위권 팀에게 연패하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포의 색, 전방 압박과 ‘끈적한’ 축구
고 감독은 김포의 정체성을 ‘전방 압박과 많이 뛰는, 끈적끈적한 축구’라고 정의했다. 그는 “창단 때부터 우리는 탑 팀들처럼 뒤에서부터 세밀하게 빌드업할 만한 선수 구성이 아니었기에 전방에서 압박해 두세 번의 패스로 마무리할 수 있는 지역축구를 김포만의 색깔로 삼았다”며 “2라운드 로빈에서는 이런 스타일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인천과의 경기 역시 김포의 변화를 보여준 사례였다. 고 감독은 “1라운드에서 인천 원정 0-3 패배 때는 상대 상승세를 의식해 수비적으로 나갔는데 2라운드 홈에서는 ‘질 때 지더라도 우리 축구를 해보자’며 전방 압박을 택했고 그게 완전히 먹혀들었다”며 “그 경기 이후 다른 팀들도 인천을 상대로 맞받아치기 시작했고, 인천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기점이 됐다. 김포도 그런 과정을 거치며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고 감독은 “전반기, 특히 1라운드 로빈에서 우리가 너무 소심하게 경기를 한 게 아쉽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승강을 다투는 팀들 중 슬로우 스타트를 하는 팀은 거의 없다”며 “1라운드 때부터 상위권 안에 들어가 흐름을 이어가는 게 승격 팀들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플레이오프를 가려면 1라운드 로빈이 답이고, 초반부터 5위권 안에 들어가 계속 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승격 확대에도 “중상위권·시도민구단은 더 힘들다”
내년 시즌 최대 4팀까지 승격할 수 있는 제도 변화에 대해서도 고 감독은 냉정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기회 같지만 예산을 줄이지 않는 기업·대형 구단들에 더 좋은 구조”라며 “대구, 수원FC, 수원 삼성 같은 팀들은 ‘이번이 기회’라며 투자를 더 늘릴 것이고 정작 우리 같은 중상위권 시·도민구단들은 경쟁이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1부리그 14팀 체제와 16팀 확대 논의에 대해서는 “행정적인 판단은 연맹의 몫”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1부가 최소 14팀 이상은 돼야 리그 밸런스가 맞는다”며 “준비된 기업구단들이 1부로 올라가는 게 구조적으로 자연스럽고 시민구단들은 그 안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김포의 현실적 한계로는 인건비와 선수 수급 문제를 들었다. 고 감독은 “지금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금전적인 여건”이라며 “세 팀이 새로 창단되면서 시장에 선수가 부족해 돈이 있어도 뽑을 만한 선수가 많지 않고 FA 몸값도 너무 올라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팀에 와서 진짜 게임 체인지를 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은데 그만한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승격? 천만의 말씀…안 떨어질 준비부터”
과거 강원FC를 상대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시절과 지금의 김포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간절함’을 언급했다. 고 감독은 “그때 선수들은 배고픔과 절박함이 훨씬 컸다”며 “지금은 인프라나 시의 출연금 등 여러 가 여건은 좋아졌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절실함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포가 1부에 올라갈 실력이 되느냐, 구단이 그럴 만한 여건이 되느냐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부천이 13년 만에 올라갔는데 김포가 4년 만에 올라가겠다는 건 ‘천만의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바로 승격해 1년도 안 돼 떨어지는 것보다 승격했을 때 안 떨어지고 버틸 수 있는 제반 시설과 금전적 기반을 먼저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의 승격에 대해서도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고 감독은 “부천은 이영민 감독이 두세 번 플레이오프에서 좌절을 겪다가 결국 올라간 팀이라 더 고무적”이라며 “인천, 제주와의 더비 등 스토리가 생기면서 K리그1 전체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고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지금 39경기 전체를 코치들과 다시 돌려보며 단점을 찾고 전술적으로 보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무엇보다 슬로우 스타트를 절대 하면 안 되고 1라운드 로빈부터 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수가 32경기로 줄어 전반기 16경기부터 총력전을 펼쳐야 하고 플레이오프는 무조건 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김포 팬들과 시민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내년에도 선수단 변화가 꽤 있겠지만 올해의 교훈을 삼아 전반기부터 치고 나가는 팀을 만들겠다”며 “그동안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만큼 내년에는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