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보다 기대가 큽니다. 한국 팬들 앞에서 증명의 기회가 생겼잖아요. 2026년 한화생명에 기대가 큰 걸로 알고 있는데, 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카나비’ 서진혁이 오렌지 유니폼을 입고 LCK로 돌아왔다. LPL 탑 정글러였던 그는 이번 스토브리그 때 한화생명e스포츠로 전격 이적했다. 익숙한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도전장을 내민 서진혁을 지난 18일 고양 한화생명 캠프원에서 만났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다. 2019년 그리핀을 떠나 LPL로 향한 서진혁은 무려 7년간 최고의 정글러로 활약했다. 리그 우승 5회, MSI 우승(2023), 아시안게임 금메달(2023)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상위 국제대회인 롤드컵에서도 4강 3회, 8강 1회 등 꾸준히 성과를 냈다. 정규시즌 MVP도 두 차례(2020 스프링·2025 스플릿2)나 받았다. 팀을 받쳐주는 게 아닌, 전면에 나서 팀을 이끌었기에 더 값진 결과였다.
그럼에도 서진혁은 이루지 못한 ‘롤드컵 우승’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2025시즌 탑e스포츠(TES) 소속으로 롤드컵에 나섰지만 4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25시즌) 외부적으로 봤을 땐, 롤드컵 4강, 스플릿1 우승 등으로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다.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모인 팀이라 더 그렇다”면서 “중간중간 플레이가 꼬이기도 했었다. 더 잘할 수 있었다. 4강 T1전이 가장 아쉽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에서의 7년을 돌아본 서진혁은 “대체로 다 잘 풀렸다. 매 시즌마다 좋은 선수들 만나서 재밌게 경기했다. 그중에 뽑는다면 2023년 징동 게이밍(JDG)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서진혁은 2023년 LPL 스프링·서머 2연패, MSI 우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바 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롤드컵 우승하고 한국으로 오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쉽다. 한국에서는 꼭 롤드컵 우승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서진혁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중국 잔류가 아닌 한국 이적을 택했다.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결심한 그는 “올해 이적시장 때 중국에 남을 수도 있었고, 한국으로 올 수도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한화생명으로 왔다”며 “환경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다. 서진혁은 “익숙한 LPL을 떠나 LCK라는 새로운 환경에 오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LCK 특유의 운영법, 경기 스타일을 알아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첫 출발도 산뜻했다. 2026시즌 구도를 미리 볼 수 있는 2025 케스파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진혁은 LCK의 스타일을 느꼈다고 말하며 “LCK는 시야적인 부분에서 LPL과 다르다. 그 점을 더 주의해야 한다. 한국은 웬만하면 시야를 밝히려는 방향성이다. 와드가 없다면 채워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은 한 번 박은 와드로 싸움을 유도하는 느낌이다. LCK는 와드를 가지고 더 다양하게 이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LCK 정글은 턴을 딱 맞추는 것 같다. 오버턴을 쓰지 않는다”며 “LPL에서 뛸 때는 턴이 길더라도 좋은 각이라면, 일단 실행했다. LCK로 온 만큼 적절하게 맞춰가야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서진혁은 공격적인 플레이로 LPL을 호령했다. 다만 LPL과 성향이 다른 LCK에서 그만의 스타일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서는 “바꿔야 할 점이 있다면 당연히 수용하고 바꿀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제 스타일로 중국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저만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 팀원들과 합을 맞춰본 다음에 제 스타일을 재정립할 것”이라 짚었다.
서진혁이 한화생명을 택한 배경 중 하나는 뛰어난 팀 스쿼드다. “팀원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라 한화생명 이적을 결정했다”고 밝힌 서진혁은 2023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제우스’ 최우제를 콕 찍으며 “피지컬은 언제나 뛰어난 선수다. 뇌지컬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이번에 같이 해보면서 똑똑한 선수가 됐다고 느꼈다. 2023년에는 말도 많지 않았고, 덜 똑똑한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스왑이 이뤄지는 운영 단계에서 콜을 많이 하더라. 생각도 깊어졌다”고 칭찬했다.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구마유시’ 이민형이다. 서진혁은 “라인전이 뛰어나다. 한타 때 안정적인 선수”라 평가한 뒤 “T1에서 롤드컵 3연패를 했다. 잘하는 모습만 봤다. 같은 팀이 됐으니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미소 지었다.
2026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서진혁은 “아시안게임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거지 않나. 만약 또 기회를 준다면 영광일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한국의 2연패에 기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2023년의 기억이 너무 좋다. 롤이라는 게임이 일로 느껴지는 시점이었는데, 그때는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몰라도 ‘게임’처럼 느껴졌다. 다시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진혁은 중국 데뷔 때부터 호흡을 맞췄던 ‘옴므’ 윤성영 감독과 한국에서도 함께하게 됐다. 6시즌째 동행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라던 서진혁은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저는 팀 게임도 모르고 롤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선수였다. 감독님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감독님을 만난 게 제 입장에선 행운”이라 고마워했다.
목표를 묻자, 서진혁은 “요즘 대회 날만 기다리고 있다. 대회 경기가 너무 재밌다. 연차가 쌓이니 대회를 즐기게 된다”며 “모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꼭 우승할 수 있게끔, 열심히 하겠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