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관세 확정,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올해 전기차 판매 역대 최대 기록, 판매 20만대 돌파
美 구금 사태도…산업 신뢰 흔든 돌발 변수 인지해야
기사승인 2025-12-23 11:00:04
2025년 자동차 산업은 미·중·EU 통상 갈등에 따른 관세 리스크와 전동화 전략의 재조정, 하이브리드 차량의 본격적인 대세화가 동시에 부각된 한 해였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이 높아졌고, 이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지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역대 최대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완성차 업계는 물량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전략을 조정하며 전동화 전환의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美 관세 0%에서 15%로, 일본·EU와 출발점 달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관세 리스크’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26일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 조치는 4월3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중국산 등 비미국산 차량에 적용됐다. 이어 4월5일부터 전체 수입품에 기본 10% 상호 관세를 시행하고, 국가별 추가 관세(11~50%)는 8월7일부터 본격화됐다.
이 가운데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선제 협상으로 새로 부과된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9월 초, EU는 9월24일 각각 확정 적용을 받으며 한국보다 한발 앞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한국은 한미 FTA 무관세 혜택 상실 우려 속에서 4월 협상에 착수했다.
정부는 12.5%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일본·EU 수준의 15%를 고수하며 협상은 장기화됐다. 결국 10월 말 타결에 이르렀고, 12월1일 미국 상무부 장관이 15% 관세 적용을 공식 확인, 12월3~4일 연방관보를 통해 소급(11월 기준) 시행이 명문화됐다.
이 일련의 관세 조정은 OEM들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촉진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공장 증설에 속도를 냈고, 일본과 유럽 제조사들은 멕시코 생산거점을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생산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지리적 재편은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로 자리 잡았다.
서울 시내에서 전기차 충전 중인 모습. 김수지 기자 전기차 ‘캐즘 끝?’,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
전기차 시장은 올해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전기차 판매는 20만7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인 14만7000대를 진작 넘어선 수치다.
월별 흐름을 봐도 성장세는 분명하다. 11월 한 달 동안 판매된 전기차는 1만8166대로, 하이브리드차(5만1094대)와 함께 친환경차 전체 내수 판매(7만820대)의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전기차가 내수 시장에서 이미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판매 확대와는 별개로, 완성차 업계의 전략은 물량 확대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가격 경쟁 심화와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고성능·고수익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수익성 방어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른 전기차 보급 목표는 중장기 방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 대(전기차 420만 대 포함) 보급을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단기적인 전략 조정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 기아는 광명·화성 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들도 전기차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 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조지아주 엘라벨(Hyundai-LG GA) 배터리 공장. 연합뉴스 LG엔솔·현대차 美 구금 사태…산업 신뢰 흔든 돌발 변수
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직원 대규모 구금 사태는 자동차·배터리 산업에 돌발적 불확실성을 더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Hyundai-LG GA 배터리 공장) 공사 현장에서 475명을 단속·구금했다.
이 사태로 LG엔솔은 미국 출장 전면 중단 후 10월부터 필수 인력만 재개했으며, 현대차는 미국 내 다른 프로젝트(로봇공장 등)에도 차질 우려가 확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맞물려 한국 기업들의 북미 투자 리스크가 부각됐고, 삼성전자 등 타 기업도 비자 관리 강화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기술 투자 확대 속 정치·이민 리스크가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례로 기록됐다. 업계 및 정부는 "비자 준수 체계 강화와 현지화 가속"을 과제로 삼고 있다. 글로벌 전동화 공급망에서 미국 투자가 필수인 가운데,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올해 자동차 산업은 관세가 충격으로 작용했고,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SDV)로의 전환과 자율주행 경쟁이 동시에 본격화된 국면”이라며 “국내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늘었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가 빠르게 약진하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기아 역시 관세 부담이 상당했고, 이런 외부 변수들이 산업 전반을 덮고 있었던 한 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