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0분 기준 비트코인은 8만843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록한 신고가 대비 약 30% 하락한 수준으로, 연말 들어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지정학적·재정 리스크가 부각되며 비트코인과 금은 ‘발행자 리스크가 없는 안전자산’으로 재조명받았다. 그러나 최근 금값이 사상 처음 온스당 440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 구조의 질적 차이를 원인으로 꼽는다. ETF 도입으로 제도권 편입이 진전됐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수요의 상당 부분이 개인 투자자·헤지펀드·트레이딩 성향의 단기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투자층은 가격 변동성, 유동성, 투자 심리에 민감해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ETF 자금도 장기 보유보다는 상대수익 추구나 리밸런싱 목적이 강하다”며 “파생상품 시장 비중이 높아 가격 조정 시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각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비트코인을 공식 준비자산으로 채택하지 않은 점도 수요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향후 시장의 최대 변수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이 지목된다. 해당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위법 여부를 심리 중에 있으며,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 재정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1·2심에서는 위법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대법원은 신속 심리 절차를 진행 중이며 판결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월 이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연구원은 “관세가 무효화되면 최대 1조달러 규모의 환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재정 리스크가 추가로 부각되면 국채금리 급등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나타나며, 가상장산 시장 역시 단기적으로 뚜렷한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는 “금리 상승이 미국 재정 신뢰도 훼손에서 비롯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도가 오히려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와 미국 국채 신뢰가 약화되는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함께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양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매크로 환경과 유동성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리스크와 통화 질서 변화가 비트코인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