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알아봐주실 때도 있고 작품 자체가 흥행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런 일을 겪다 보니까 맷집이 좀 생겼어요. 모든 박자가 다 맞아야 가능한 거더라고요. 저는 그냥 자부할 수 있는 건 데뷔하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거예요.” 그간 히트작을 잇달아 선보이며 유수 시상식 트로피를 들어올린 배우 김고은(34)의 말이다.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파묘’, ‘대도시의 사랑법’,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까지 2년간 부지런히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호평받자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열심히 잘해왔다고 뭉뚱그려서 칭찬해 주시는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전작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부족했을 때도 해석을 잘못했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나의 최선이었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지만 이럴 때도 저럴 때도 있지 않을까요. 작품이 계속 잘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참 잘 맞아 떨어졌어요. ‘이런 시기인가 보다’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최신작 ‘자백의 대가’에서도 열심이었다. 극중 김고은은 마녀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인물 모은 역을 맡았다. 아무렇게나 자른 짧은 머리, 사이코패스인 듯 아닌 공허한 눈빛, 가족을 잃기 전 싱그러운 미소. 그는 이처럼 다층적인 캐릭터를 어떤 시점에서 봐도 납득할 만큼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삐죽빼죽한 쇼트커트는 본인 제안이었다. “모은이는 알 수 없는 친구예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보통 이런 결의 인물을 연상했을 때 머리카락이 길게 떨어지고 그 사이 눈빛이 떠오르는데, 저는 오히려 까져 있는데도 모르겠는 인물이면 했어요. 촬영 안 하고 있을 때 좀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짧아서 편하고 머리 말릴 때도 30초 컷이라 좋았어요(웃음).”
모은은 극 초반 사이코패스로 보이지만 전사가 풀리면서 그에 대한 인상은 뒤바뀐다. 김고은은 역순으로 그려지는 인물의 변모를 이질감 없이 표현해 반전을 안겼다.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다만 혼자 있을 때 어떡하지 했죠. 부부를 살해할 때도 사실 혼자인 거잖아요. 나중에 사이코패스가 아닌 게 밝혀질 때 그 장면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이 완전히 고장난 사람으로 가기로 했죠.”
이렇듯 김고은에게 ‘자백의 대가’는 연기 역량을 재차 증명하는 작품이었지만, 배우라는 꿈을 갖게 한 전도연과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했다. “선배님이 캐스팅됐다고 해서 일단 하겠다고 했어요. 동시대를 사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그런 배우가 제게 전도연 선배셨어요. 누구나 학창시절 꿈을 고민하는 시기를 겪는데 선배님 덕분에 꿈이 일찍 자리잡았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꿈을 향해 쭉 애썼고, 그 자체만으로 제 삶에 엄청 큰 영향을 끼쳤고 의미가 있어요. ‘협녀’ 때는 도움만 받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성장한 모습으로 함께해보고 싶었어요.”
김고은은 바람대로 전도연은 물론, 이정효 감독의 인정을 받았다. 특히 이 감독은 예측할 수 없게 연기한 그를 두고 ‘똑똑한 배우’라고 했다. 김고은은 왜 이렇게 유명 감독들이 자신을 애정하는 것 같냐고 묻는 말에 “저 열심히 한다, 진짜”라며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적어도 제가 맡은 역할은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니까 고민하는 편이에요. 감독님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전날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정리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요.”
이러한 이유로 좋은 시나리오는 김고은에게 1번으로 간다는 너스레가 나오자 “말도 안 된다”고 발끈하기도 했다. 다만 “선택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고는 했다. “모든 배우가 겪거나 겪고 있겠지만 책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안 시켜주는데 떼를 쓸 수도 없는 몇 년이 있어요. 그러다 한 작품이 잘 되면 그 작품의 결대로 시나리오가 한동안 들어오고요. 고를 때는 회사 대표님, 직원분들, 매니저분들에게 항상 조언을 구하는 편이에요.”
무던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도전해왔지만 여전히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남아 있다. 김고은은 절친 안은진의 출연작 ‘키스는 괜히 해서!’를 언급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요즘 은진이가 하는 ‘키스는 괜히 해서!’에 엄청 빠져 있어요. 볼 때마다 은진이한테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문자해요. 조금 더 나이 들기 전에 ‘꺅’ 소리가 나오는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