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이너서클” 직격…은행권 연임 관행 도마 위

“부패한 이너서클” 직격…은행권 연임 관행 도마 위

이 대통령 “소수가 계속 지배권 행사”
BNK금융지주·은행 현장검사 착수
금감원, 조만간 ‘지배구조 TF’ 가동

기사승인 2025-12-24 06:00:10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 회장의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로 지적한 가운데 감독당국이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에 본격 착수했다. BNK금융은 물론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다른 금융사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자칫 ‘관치금융’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BNK금융지주와 계열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연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앞서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BNK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를 두고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차기 회장 후보를 뽑는 절차를 직원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깜깜이’로 진행했다”며 “지난 회장 선임에는 두 달 가까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불과 며칠 만에 후보 접수를 마무리했다. 이사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BNK금융 주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분 3%를 보유한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주주서한을 통해 “BNK금융지주가 진행 중인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해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하고, 회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은행권 지배구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감원 업무보고에서 “행장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투서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며 “돌아가면서 행장을 하다 회장을 맡고, 10년·20년씩 장기 집권하는데 대책이 있느냐.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에 “근본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크게 미흡해 벌어지는 부분”이라며 “‘참호’라고 표현했는데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문제다. 큰 지주사 중심으로 금융권이 재편돼 있어 산하 기관들은 100% 자회사라서 금융지주사에서 인선을 한다. 결국 지주사 지배구조가 어떻게 정립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과 관련해 개별 산하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중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놓고 대통령까지 직접 문제를 제기하자 BNK금융은 좌불안석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검사가 시작된 첫날이라 구체적인 사안은 파악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치 우려 있지만...“비정상은 막아야”

금융지주들이 회장 선임 절차를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행보가 과도한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된 상태이며,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을 포함해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전북은행에서는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가 차기 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됐으나, 지난 18일 추가 검증을 이유로 선임을 돌연 보류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소위 ‘참호 효과’로 불리며 지주회장이 이사회를 포섭해 연임을 반복하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사외이사를 채우려면 임기에 맞춰 수년에 걸쳐 교체해야 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이사회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른바 ‘셀프 연임’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관치 논란과 별개로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소위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지금 정부에서 개입,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데 한편으로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가진 권한을 행사해 비정상 작동을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금융사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방침이다. TF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시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의 임기를 분산하고, 3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