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박지원 ‘서해 피격 은폐’ 혐의 1심 무죄

서훈·박지원 ‘서해 피격 은폐’ 혐의 1심 무죄

재판부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혐의 입증 부족”

기사승인 2025-12-26 15:41:53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1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처벌할 정도로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인천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실종된 뒤, 다음 날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격으로 사망하고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된 것으로 파악된 사건이다.

사건 직후 군과 정보당국, 해경은 이씨가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표를 내놨다. 그러나 유족은 월북 의사나 도박 빚 등 정황이 과장·왜곡됐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가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정권 교체 이후인 2022년 6월 감사원이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다시 쟁점이 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피살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이후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은폐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일부 관계자에 대한 징계·주의 조치가 이뤄졌고, 검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 유지’를 지시해 피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요구하고, 월북 판단에 부합하는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허위 자료를 배포한 혐의로,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등은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문건 삭제를 지시·동조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앞서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