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5만원’ 명품‧여행에 80% 배정…쿠팡 1조6850억 쿠폰의 민낯

‘1인당 5만원’ 명품‧여행에 80% 배정…쿠팡 1조6850억 쿠폰의 민낯

구매이용권 1조6850억원…알럭스‧쿠팡트래블 2만원, 로켓배송‧이츠 5000원
‘성장사업’ 알럭스, 수익성 좋은 여행상품에 집중된 구조…“체감 보상률 적어”

기사승인 2025-12-29 16:51:27
쿠팡 사옥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안으로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구매 이용권 지급을 발표했다.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가운데 최대 수준의 보상안이지만 보상금 대부분이 알럭스와 쿠팡트래블 등 특정 서비스에 집중되고, 이용권이 여러 분야로 쪼개져 제공되면서 실질적인 보상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쿠팡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사태 보상안으로 내년 1월 15일부터 1조6850억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이 고객들에게 지급된다. 대상은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으로 쿠팡의 탈퇴 고객도 포함이다. 향후 3370만 계정 고객에게 문자를 통해 구매이용권 사용을 순차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쿠팡의 모든 임직원은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고객에게 얼마나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쳤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상은 고객당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으로 제공되며 △쿠팡트래블 2만원 △알럭스(R.LUX) 2만원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등 총 5만원으로 구성됐다.

이번 보상안의 전체 규모는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국내 기업 가운데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675억원, 3841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보상안 규모는 올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약 2.5배, 순이익의 약 4.4배에 달한다.

다만 쿠팡이 제시한 1조6850억원이라는 금액은 모든 회원이 1인당 5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전액 사용했을 경우를 가정한 추산치다. 이 가운데 쿠팡알럭스와 쿠팡트래블에 각각 약 6740억원씩, 총 1조3480억원이 배정돼 전체 보상 재원의 80%가 두 서비스에 집중된 구조다. 반면 로켓배송 등 쿠팡의 일반 상품에 배정된 금액은 약 3370억원에 그친다.

쿠팡 구매이용권 보상안. 쿠팡 제공

이중 알럭스는 쿠팡이 개시한 지 1년 남짓된 럭셔리 버티컬 서비스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기존 ‘로켓럭셔리’를 독립적인 버티컬 서비스인 알럭스로 확대·개편했다. 초기에는 럭셔리 뷰티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이후 뷰티·패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서비스 외연을 넓히고 있다. 쿠팡은 지난 6월 글로벌 명품 마켓플레이스 ‘파페치’와 알럭스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명품 컬렉션을 선보이며 알럭스를 신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쿠팡트래블은 쿠팡 플랫폼 내에 자리 잡은 ‘여행’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사업이다. 숙박을 비롯해 전시·공연 티켓, 각종 패스, 패키지 상품, 항공권, 렌터카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 왔다. 쿠팡은 여행 수요 회복세에 맞춰 올해도 와우회원 전용 여행상품 할인, 테마파크 단독 특가 등을 앞세워 여행 카테고리에서도 와우 멤버십 락인 효과를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쿠팡 로켓배송 등으로 대표되는 본업 외에 쿠팡이 ‘성장사업’으로 육성 중인 알럭스와, 여행 카테고리로 운영되는 쿠팡트래블 등 재고 부담이 없고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군에 보상 재원이 집중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상이라기보다 소비 유도에 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는 보상안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쿠팡 로켓배송을 한동안 이용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접속해도 1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받곤 했는데 이번 조치가 과연 진정성 있는 보상인지 의문”이라며 “5만원을 모두 사용하려면 네 개 카테고리에서 각각 구매해야 해 오히려 추가 지출이 필요할 것 같고 전액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이 4개 서비스로 쪼개져 각각 할인 쿠폰 형태로 제공되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상 규모가 더욱 축소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액 보상을 받기 위해 오히려 추가 소비를 해야 하는 구조라는 평가도 있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보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현금이나 현금성 동일 가치의 보상이 아닌 이상 이는 피해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불과하다”며 “쿠팡트래블이나 알럭스 같은 쿠팡의 부수적인 서비스에 각각 2만원씩 이용권을 제공하면서 여행상품 서비스나 명품 구입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알럭스와 쿠팡트래블 모두 쿠팡 앱 내에서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며 “쿠팡트래블의 경우 고가의 패키지·항공 상품 외에도 전시 입장권이나 키즈카페 이용권 등 2만원대 상품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알럭스 역시 럭셔리 패션뿐 아니라 뷰티 상품을 함께 전개하고 있어 쿠폰을 소진하기에 무리가 없는 가격대의 상품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