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정체와 가격 인상 부담 속에서 국내 라면업계가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해외 시장 공략이라는 두 축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라면을 확대하고,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방식이다. 올 한 해 라면 기업들은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시장을 넓히며 생존 전략을 재정립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라면 제조사인 농심·삼양식품·오뚜기는 프리미엄 라면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존 라면 가격을 단순히 올리기보다는 재료와 제조 방식, 구성 등을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분위기다. 업계 전반에서 품질을 앞세운 제품으로 소비자 선택을 넓히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농심은 다음 달 1일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기존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블랙’과는 별도로 ‘신라면 골드’를 선보인다. 신라면 골드는 닭고기 국물 베이스를 적용하고 강황과 큐민으로 풍미를 더했으며, 청경채와 계란 플레이크, 고추맛 고명 등을 활용해 건더기 구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권장소비자가격은 편의점 기준 1500원으로 기존 신라면보다 약 1.5배 높다. 대형마트에서는 4개 묶음 기준 4980원(개당 1245원)에 판매된다.
삼양식품은 우지를 섞은 기름으로 면을 튀긴 ‘삼양1963’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제조 방식 자체를 차별화해 정통성과 헤리티지를 강조한 제품이다. 이마트몰 기준 4개입당 5330원에 판매되며, 기존 기존 삼양라면에 비해 약 1.5배 비싼 가격대를 형성했다. 불닭볶음면으로 구축한 글로벌 이미지와는 다른 축에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오뚜기는 지역성과 이야기를 담은 프리미엄 라면 ‘제주똣똣라면’의 판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 이 제품에는 제주 대정읍에서 생산한 마늘을 건조·가공한 블록과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용했다. 가격은 4개입 기준 8880원으로, 프리미엄 라면 제품군 가운데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프리미엄 라면이 잇따라 등장한 배경에는 내수 시장의 한계가 있다.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물량 확대나 단순한 가격 인상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면을 별도의 시장으로 포지셔닝해 단가를 높이면서도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 둔화 속 해외로 향하는 K-라면
동시에 내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도 올 한해 두드러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11월 누적 라면 수출액은 13억8176만달러(2조390억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2억4838만달러·1조8422억원)을 넘어섰다. K-라면은 2015년 이후 11년 연속 사상 최대 수출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에 업계 전반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장의 효과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농심은 올해 3분기 해외법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266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5%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법인 매출은 2.1% 감소한 6051억원에 그쳤다. 국내 매출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실적이 이를 만회하며, 전체 영업이익은 약 45% 증가했다.
해외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7141억원, 영업이익 385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오뚜기 역시 3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나며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확대됐다.
해외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움직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오뚜기는 이달부터 미국 내 약 60개 코스트코 매장에서 ‘치즈라면’ 판매를 시작하며 현지 주류 유통 채널에 진입했다. 해당 제품은 해외 소비자 인지도를 고려해 제품명을 ‘치즈라면’으로 단순화하고 패키지 디자인도 전면 개편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주력 제품인 ‘진라면’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베이 에어리어 지역 64개 코스트코 매장에 입점시키는 등 현지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는 오는 2028년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 역시 중장기 전략의 중심을 해외 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비전 2030’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최근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해외 소비자용 제품으로 선보였다. 농심은 해당 제품을 내년부터 글로벌 주력 제품군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