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첫 거래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트레이딩룸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지난 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 이상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430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강세를 주도하며, 국내 증시가 힘찬 ‘신년 랠리’의 서막을 알렸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승세는 단순한 단기 이벤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코스피는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2025년 한 해 동안 코스피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이익 개선과 주당순이익(EPS) 상향에 힘입어 약 7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은 15.9%에 그쳤다.
이 격차는 오랜 기간 ‘미장(미국 증시)’에 집중해 온 서학개미들이 국내 시장의 매력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 인센티브 효과? vs 아직은 시기상조?
시장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는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추진 중이다.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시장으로 자금을 이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설계가 논의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정책 발표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서학개미 가운데 일부는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누적 순매수 금액은 20억1900만달러(약 2조9220억원)로 순매수 기조는 이어졌지만, 일별 추이를 살펴보면 RIA(국내주식 복귀 계좌) 세제혜택 기준일인 23일 이후 매도세가 강화됐다. 23일 1억4009만달러(약 2027억원) 순매도를 시작으로 24일 2796만달러(404억원), 25일 8456만달러(1223억원)를 순매도했다. 이어 30일에도 9165만달러(1326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4거래일 간 총 4980억원어치의 미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일각에서는 초기 신호에 불과하지만 ‘머니 무브’ 조짐이라고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꺼내든 RIA가 서학 개미들의 마음을 국내로 일부 돌려 놨다는 평가다.
RIA는 해외 주식을 팔아 얻은 자금을 국내증시에 투자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깎아주거나 면제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복귀가 빠를수록 세금 혜택이 큰 차등 방식이다.
현재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는 연간 투자 수익 차액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대해 22%의 세율을 적용해 신고·납부한다. 수익이 클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RIA 계좌를 통하면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팀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정책이 실제로 실행돼 봐야 알겠지만, 결론적으로 서학개미들의 시선을 국내 시장으로 돌릴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증시에도 우호적인 재료”라고 말했다.
다만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완전히 돌아오긴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 증시는 여전히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로서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코스피 역시 반도체 수출과 AI 수혜주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성장 모멘텀’이 강점으로 꼽힌다. 결국 서학개미 입장에선 두 시장 간 리스크와 기대수익률을 저울질하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세제 혜택은 투자자들 입장에게 매우 반가운 이슈”라면서도 “세금혜택을 고려해도 미국 증시에 투자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국내 증시로 돌아갈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비과세 또는 감면 혜택은 1인당 매도 금액 5000만원 한도에서만 적용된다”며 “투자 규모가 큰 서학개미 입장에선 일부 물량만 팔아 세금 혜택을 누릴 수도 있지만 자금을 한꺼번에 옮기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일 시장만 봐도 답이 나온다”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매수세가 쏠리는 것이 자본시장”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코스피 5000 가능”…전망과 현실 사이
여의도 증권가는 올해 국내 증시의 ‘재평가(Re-rating)’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를 4000~5500포인트로 제시했다. 정책 모멘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법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 AI 설비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코스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배당수익률 증가로 연결되며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개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 증시가 AI·빅테크 중심의 강력한 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글로벌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와 미 증시 간의 경쟁 구도는 각 시장의 펀더멘털, 환율 변수, 정책 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힌 고차방정식에 가깝다는 평가다. 결국 서학개미들의 유턴 여부는 단순한 세제 인센티브가 아닌, 한국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마트한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단기적인 유인책보단 투자할 대상의 미래 수익률을 두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넓어진 선택지를 두고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