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에 선 젊은 제약·바이오 리더들…‘글로벌 확대’ 힘 싣는다 [JPMHC 톺아보기②]

경영 전면에 선 젊은 제약·바이오 리더들…‘글로벌 확대’ 힘 싣는다 [JPMHC 톺아보기②]

기사승인 2026-01-07 06:00:10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젊은 리더들이 미국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와 투자 유치를 위해 직접 뛴다. 행사 기간 기업을 대표해 발표 무대에 오르거나, 글로벌 기업과 실무 미팅을 진행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호텔에서 열리는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JPMHC는 매년 1월 글로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업계 최대 규모 투자 행사로, 1500개 이상의 기업과 8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JPMHC에도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진이 참석하는데, 주요 오너가의 2세와 3세의 젊은 경영진이 직접 나서는 점이 주목된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메인 트랙’ 발표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서진석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가 ‘메인 트랙’ 연사로 나선다. 서 대표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셀트리온이 지난 2023년 12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완료하면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가 지난해 1월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 트랙에서 발표했다. 셀트리온 제공

서 대표는 지난 2024~2025년에도 JPMHC 메인 트랙에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 등 신약 개발 성과와 향후 계획들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때는 서 회장과 함께였다. 하지만 올해는 서 대표가 단독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2024년 제42회 JPMHC 메인 트랙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서 대표를 자신의 큰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이제 제 나이도 69세다. 언제까지 제가 활동할지는 모르겠다. 제가 활동을 못 하면 이 친구가 하겠죠”라고 답해 당시 주목을 끈 바 있다.

서 대표는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명과학 부문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14년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에 입사해 제품개발부문장 등을 거쳤다. 그는 JPMHC 2026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등 신약 개발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상업화 단계인 11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넘어 10년 내 40개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5일엔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문을 열고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핵심 전초기지로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 협력 파트너 물색

각자 대표 체제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유열 대표가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JPMHC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롯데지주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식 발표 대신 비공식 미팅으로 글로벌 협력 파트너를 찾을 계획이다.

지난해 11월26일 롯데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로 내정된 신 대표는 이번 JPMHC가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이지만, 이전부터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JPMHC를 비롯해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주요 행사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을 강화해왔다.

신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이미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4년 만인 지난해 수주 계약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수익 증대와 직결되는 상업화 단계의 의약품 CDMO 수주 계약은 현재까지 없다.

지난해 9월9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 상량식을 개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롯데는 그룹 전략과 연관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미래 성장 분야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이오 분야다. 지난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3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ADC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 캠퍼스와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와의 듀얼 사이트 운영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는 각 12만ℓ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3개의 생산시설로 구성된다. 제1공장은 항체의약품 생산 시설로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 상반기 내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공장 완공 시 시러큐스 캠퍼스의 4만ℓ 생산 역량을 포함해 총 16만ℓ의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SK바이오팜, 방사성의약품 개발 가속화

SK바이오팜에선 회사의 바이오사업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최윤정 전략본부장이 이동훈 대표와 함께 글로벌 기업 및 투자기관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최 본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로, 지난해 JPMHC와 바이오USA 등 행사에 참가해 두각을 드러냈다. 그가 맡고 있는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 기능 등을 맡는 조직이다.

과학도 출신인 최 본부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 학사,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를 지내며 바이오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의 핵심 제품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기여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SK바이오팜 제공

SK바이오팜은 올해 세노바메이트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방사성의약품(RPT)과 AI(인공지능) 기반 연구 혁신을 축으로 글로벌 도약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SK바이오팜은 2024년 7월 홍콩 풀라이프테크놀로지스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과 ‘WT-7695’의 글로벌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도입하는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WT-7695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탄산탈수효소9(CA9)를 타깃으로 하는 저분자 기반 전임상 단계 RPT 후보물질이다.

일동제약, ‘먹는 비만치료제’ 임상 주목

전통 제약사들도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윤웅섭 일동제약 회장은 승진 후 첫 행보로 JPMHC를 택했다. 일동제약그룹 창업주 3세인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전략기획, PI(프로세스 이노베이션), 기획조정실 등을 거치며 다양한 실무와 회사 경영 전반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1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016년 기업 체제 재편 및 지주사 전환을 통해 회사의 사업 체계를 정비하고 경영 안정화를 도모했다.

일동제약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치료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소화성궤양치료제 △PARP(폴리 ADP-리보스 중합효소) 저해 표적항암제 등 신약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 본사 전경. 일동제약 제공

특히 먹는 비만치료제 ‘ID110521156’의 임상시험에 힘을 쏟고 있다. 임상 1상 결과, 4주(28일)간 1일 1회 고용량(200㎎) 투여 환자의 체중 감량률은 평균 9.9%로 나타났다. 최대 감량률은 13.8%를 기록했다. 일동제약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임상 2상은 글로벌 임상을 고려하고 있는데, JPMHC에서 임상 파트너를 물색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JPMHC가 국내 기업에는 글로벌 위상을 확인하고, 대형 계약을 성사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독립리서치 아리스는 6일 산업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최대 화두인 비만치료제는 주사의 번거로움을 해결한 경구용 제형으로 진화를 앞두고 있다”며 “이번 행사에선 이러한 차세대 치료제들이 임상 데이터가 대거 공개되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재확인할 전망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컨퍼런스는 자금난을 겪던 유망 바이오텍들이 대형 투자자를 만나 돌파구를 마련하고,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통해 생존을 넘어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