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금 85억 ODA ‘밀실 개찰’ 논란…환경공단 관리 부실 지적

[단독] 세금 85억 ODA ‘밀실 개찰’ 논란…환경공단 관리 부실 지적

 공고와 달라진 개찰…입찰사 빠진 ‘수기 개봉’
“시간·장소 함부로 못 바꾼다”…ODA 개찰의 원칙
한종 “사적 계약” 주장, 공단은 “PMC 전담” 거리두기

기사승인 2026-01-08 06:00:12 업데이트 2026-01-08 10:02:07
인천 서구에 위치한 한국환경공단 본사 전경. 한국환경공단 제공

세금 85억원이 투입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허술한 관리·감독 실태가 논란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사업 운영과 시공사 선정 권한 대부분을 외부 민간 업체인 한국종합기술에 위임한 가운데, ‘밀실 개찰’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민간 기업간 계약이라는 해명 아래 외부 업체가 제안서 개봉 시간과 장소를 바꿔 입찰 참여사 없이 홀로 개봉했다는 의혹에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세금 85억원이 투입되는 ‘우즈베키스탄 지작주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 ODA 사업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준정부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24년 12월16일 우즈베키스탄 지작주 지역에 매립가스(LFG) 포집·발전시설과 매립폐기물 굴착·이적시설을 짓는 ODA 사업의 PMC 용역 사업자를 선정했다.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ing·프로젝트 관리 컨설팅)는 발주처를 대신해 사업 전반을 기획, 관리하는 전문성을 가진 ‘용역사’를 뜻한다. 환경공단이 전체 사업·공정 관리와 사업비 집행 총괄, 사업 모니터링 및 클레임 승인 권한을 갖고, 시공사 선정 입찰과 관리·감리는 PMC로 선정된 한국종합기술이 전담하는 구조다.

한국종합기술은 지난해 7월 두 공사에 나설 시공사 모집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공고문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준용한다”는 문구와 함께 기술 80점·가격 20점 종합평가, 기초금액 85% 미만 입찰 무효 등 공공입찰에서 통상 사용하는 평가 방식을 명시했다. 아울러 입찰 공고 당시 ‘반부패·청렴 서약서’ 제출 의무도 포함해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공고와 달라진 개찰…입찰사 빠진 ‘수기 개봉’

논란의 발단은 개찰 절차다. 입찰에 참여한 A사는 “기술제안서를 통과한 업체들이 입회한 가운데 가격제안서를 개봉하는 것이 관행인데, 한국종합기술이 입찰 참가사 없이 가격제안서를 열어 전형적인 ‘밀실 개찰’을 했다”고 주장한다. 당초 공고된 개찰 장소는 우즈베키스탄 지작주 사무실이었지만, 실제 개찰은 타슈켄트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시간·장소 변경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사는 지난해 7월16일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개찰 참석 의사를 밝히고 시간 안내를 요청했으나, 개찰 전날(7월20일)까지 아무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개찰 당일인 21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시) 다시 문의했을 때는 “이미 자체적으로 개찰을 마쳤다”는 통보만 들었다고 한다. 가격제안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결정적인 만큼, 입회 기회 자체가 박탈된 개찰은 절차적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 A사의 입장이다.

개찰 논란을 둘러싼 한국종합기술과 한국환경공단의 해명도 엇갈렸다. 한국종합기술은 본지에 “개찰 일시를 문자 등으로 안내했으나 답신이 없어 예정대로 개찰했다”면서 “개찰 현장에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동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주처인 환경공단 관계자는 “현장 설명회와 달리 실제 개찰 때는 공단 직원이 동석하지 않았다”고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개찰 현장의 공단 입회 여부를 두고 양측 해명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시간·장소 함부로 못 바꾼다”…ODA 개찰의 원칙

나라장터 시스템, 공공입찰을 담당하는 조달청의 시각은 엄격하다. 조달청은 입찰 마감·개찰 일시는 업체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정보이기 때문에, 중간에 바꾸려면 기존 공고를 내리고 변경 사유를 밝힌 뒤 재공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해외 ODA처럼 나라장터에는 공고만 싣고 실제 개찰은 현지에서 수기로 진행하는 경우라도, 정보 제공의 공정성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면서 “시간·장소 변경 사실을 일부만 알리거나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채 개찰을 강행하면 공정성 논란과 민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도 ODA 입찰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등에 근거해 추진한다고 전했다. 타사에 PMC 형태로 용역을 준 사업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협력국 전자조달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수기 입찰을 실시할 때에도, ‘특정조달을 위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특례규정’에 따라 입찰서 접수·개봉·취급 과정의 비밀 보장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 경우에도 수원기관 담당자와 참관을 희망하는 입찰 참가사가 입회한 가운데 개찰을 진행하며, PMC는 입찰·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므로 개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입찰공고 사항 정정이 필요한 경우 공고가 게시된 전자시스템(해외사무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변경 내용을 공지해야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후부 산하 물 관리 전문 공기업이자 해외 ODA 사업의 주요 시행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ODA 사업 입찰을 국가계약법과 시행령·시행규칙, 기재부 계약예규에 따라 집행한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전자입찰·전자개찰 시스템을 통해 개찰을 진행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기 개찰이나 현지에서의 현장 개찰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개찰 일정·장소 변경과 관련해 수자원공사는 입찰 공고 변경 공지와 전자입찰 시스템 공지를 통해 모든 입찰참가자에게 동일하게 사전에 충분히 고지되도록 조치한다고 밝혔다. 

한종 “사적 계약” 주장, 공단은 “PMC 전담” 거리두기

전체 사업을 관리해야 하는 한국환경공단은 정작 시공사 선정과 개찰 등 핵심 과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공단 관계자는 “입찰 방식에 대한 계획 문서는 한국종합기술로부터 보고받지만, 이후 공고·개찰·평가는 한국종합기술이 전담하고 공단은 최종 낙찰 결과만 통보받는다”고 말했다. A사가 개찰 절차 문제를 수차례 민원 형태로 제기했지만, 공단은 한국종합기술의 자체 검토 의견을 토대로 ‘이의 없음’ 결론을 내렸고, 그 종합검토 의견서를 이해당사자인 한국종합기술 측에 전달하며 A사에게 대신 통보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도 있다.

한국종합기술 역시 이번 시공사 선정 절차를 “환경공단과 우리 회사 간 용역 계약에 따른 사적 계약”이라며 “국가계약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공고문에 포함된 ‘국가계약법 시행령 준용’ 문구에 대해서는 “기존 문서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입찰 절차는 모두 회사 내규에 따라 진행됐고 공단에도 사전에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입찰자가 참석한 가운데 입찰공고에 표시한 장소·일시에 개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을 PMC의 ‘내규’라는 명분 아래 밀실에서 처리하는 것은 책임 방기를 넘어선 특혜 의혹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준정부기관이 PMC의 자체 보고에만 기댄 채 현장 검증을 외면한다면, 향후 다른 ODA 사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깜깜이 입찰’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ODA 사업에서 전체 사업·공정 관리 권한을 가진 준정부기관이 충분한 관리 체계 없이 시공사 선정과 개찰 관리를 사실상 PMC에 맡겨 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혹 제기 이후에도 현장 및 대면 검증 대신 PMC 자체 보고에 기대는 구조는 관리 소홀을 넘어 책임 방기라는 비판까지 불러온다. 비슷한 다른 ODA 사업들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 “공공기관 책무성 결여, 국민 세금 낭비로 이어져”

국내 ODA 사업은 규모 확대에 비해 투명성과 정보공개 수준이 여전히 낮고, 원조 집행 전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와 독립적 평가·감사 체계가 미흡해 국민의 신뢰와 민주적 통제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영준 전경련 국제경영원 연구위원과 서덕수 한동대학교 교수는 공저 논문 ‘공적개발원조(ODA)의 원조 효과성 향상을 위한 평가체계 고도화 연구’에서 “한국 ODA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내부 평가인 사업시행기관에 의한 자체 평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평가가 종합적이지 못하고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세금으로 이루어진 ODA에 대해 책임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의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계는 더욱 뚜렷해진다. 영국은 과거 국제개발부(DFID) 시절 독립 평가기구인 국제원조영향위원회(ICAI)를 통해 모든 ODA 사업을 정밀 조사하고, 결과를 의회에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일본 JICA 역시 해외사무소의 1차 내부평가 외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심의회를 통해 교차평가를 실시한다. 미국 USAID도 사업 수행 부서가 아닌 별도의 기획부서가 평가를 맡도록 하는 등 사업 집행 주체와 평가·감독 주체를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제를 인지한 듯 뒤늦게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6일 제55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열어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의결사업 변경·신설 지침 개정(안)’을 심의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의결을 받지 않은 ODA 사업의 신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업의 중도 취소와 같은 중요 사안은 정부에 사전 공유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ODA 사업 변경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사업 변경 절차·과정의 투명성과 변경 사업 관리·통제 장치가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온 만큼, 정부는 지침 개정을 통해 체계적인 사업 변경 심사·승인 절차를 구축하고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은희 기자, 이창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