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눈앞에는 ‘캠프 페이지’라는 기회의 땅이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난개발 우려와 시청 안팎의 논란은 시민들을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시선을 돌려 원주를 보면, 옛 캠프롱 부지 33만㎡에 2027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입해 국립강원전문과학관, 미술관, 수영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원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군사 도시’의 회색빛을 지우고 ‘문화 도시’로의 확실한 체질 개선을 선언한 것입니다.
반면 춘천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전체 부지의 30%만 먼저 떼어내 ‘혁신지구’로 개발하고, 나머지는 추후에 생각하겠다는 전형적인 ‘임기응변식 처방’입니다. 공원의 생명은 거대한 녹지의 연속성에 있습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사랑받는 것은 그 압도적인 규모와 통일성 때문입니다. 일부만 나눠 개발하는 순간, 남은 땅은 공원이 아니라 건물 사이에 끼인 자투리 조경 공간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구로공단이 왜 난개발의 대명사가 되었습니까? 마스터플랜 없이 필요에 따라 땅을 쪼개 팔았기 때문입니다. 춘천시가 지금 하려는 방식이 정확히 그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춘천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눈앞의 성과 채우기에 급급해 조각 내려 해서야 되겠습니까? 언제까지 정부 공모사업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해법은 명확합니다. 공원 내부는 공공이 주도하여 확실한 녹지로 지키되, 그 외연(外緣)은 민간에 과감히 개방해야 합니다. 캠프 페이지 인근, 특히 낙후된 근화동과 소양동 일대의 규제 빗장을 풀어야 합니다. 고도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완화해 민간 자본이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민간이 주거, 상업, 관광 시설을 짓고 그 개발 이익이 다시 도시의 인프라로 환원되는 구조를 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공의 가치와 시장의 논리가 결합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며, 소멸해가는 원도심을 살리는 유일한 심폐소생술입니다.
더 나아가 캠프 페이지는 단순한 공원이 아닙니다. 춘천의 산업 지형을 바꿀 가장 강력한 ‘앵커’입니다.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만을 앞세우는 건 20세기형 사고방식입니다. 오늘날 혁신 기업이 입지를 정하는 제1 조건은 ‘인재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인가’입니다. 춘천역과 GTX-B, 동서고속철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에 제대로 된 복합문화공원이 들어선다면, 그것 자체가 삼성전자 유치보다 더 강력한 인재 유입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캠프 페이지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길 것입니까, 아니면 개발 논리에 파편화된 흉물스러운 상업 지구로 전락시킬 것입니까? 근시안적인 미봉책은 당장 멈춰야 합니다. 누가 진정으로 춘천의 미래를 고민하는지, 누가 당장의 치적 쌓기에 골몰하는지 시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춘천의 미래를 담보로 한 도박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잡을 시간은 지금뿐입니다.
- 정광열 전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