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만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성장 흐름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공급량을 늘리며 방어에 성공한 반면, 삼성SDI는 감소세로 돌아서며 성장 흐름에서 이탈한 모습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1046GWh로, 전년 동기 대비 32.6% 상승했다.
국내 기업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96.9GWh로 전년 보다 11.1% 늘었고, SK온 역시 40.6GWh로 14.1% 증가했다. 반면 삼성SDI는 27.1GWh로 5.1%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순위에서도 전년 대비 3계단 하락한 10위를 기록했다.
삼성SDI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데에는 주요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 둔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BMW와 아우디, 리비안 등을 주요 공급처로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리비안은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에 따른 수요 위축과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약 600여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일부 분기에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경영 부담이 커지며 배터리 조달 물량이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BMW가 신형 전기차 라인업에 중국산 배터리 탑재 비중을 확대한 점도 생산량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이어왔지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었다”며 “또한 주요 고객사 판매 부진과 공급망 재편이 겹치면서 단기 성장세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삼성SDI의 실적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전지 부문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는 39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6조원, 영업적자는 6195억원을 제시했다. 미국의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적자 규모만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전기차 전략이 후퇴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부담 속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중저가 배터리 채택이 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단기간 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미국 대형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총 2조원대 규모의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약 3년간 물량을 공급해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ESS만으로는 장기적 성장과 점유율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수요가 전체 배터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ESS만으로 성장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LFP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ESS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산업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삼원계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능을 강화하고,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ESS 공급 확대만으로는 단기 실적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지만, 장기적 성장과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응용처를 공략하는 전략적 확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