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근무시간 단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 4.5일제의 전 단계로 꼽히는 조기퇴근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합의가 속속 이뤄지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사는 최근 ‘캠코형 조기퇴근제’를 시범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을 캠코 사용자 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캠코 관계자는 “금융노사 산별합의에 따라 지난해 3-4분기 노사협의회 합의서에 '올해 상반기 중 시범시행을 통해 실행방법, 시기 등을 정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금융노조 소속기관들의 도입 추이 등에 맞춰 시행시기와 대상 등을 신중히 검토 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미 지난 7일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1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정식 도입했다. 단축근무일에는 퇴근한 뒤 1시간 동안 직무와 관련한 금융연수원 비대면 강의를 수강하도록 했다. 단축근무 참여 여부는 직원들의 자율 선택 사항이다. 근무 대신 강의를 수강하지만, 사실상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10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회는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당시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노사 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단축근무부터 추진하고, 주 4.5일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주 4.5일제 도입 여부를 공식화했다. 신보는 지난해 7월 노사협의회에서 ‘정부 가이드라인 확정 이후 주 4.5일제 근무제 도입을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시중은행에서도 근무시간 단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NH농협은행은 금요일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조기퇴근제를 올해 1분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인 NH농협노조 소속 8대 법인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노사 임금·단체 협약(임단협) 타결로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를 확정지었다. 두 은행은 향후 노조와 세부내용을 협의한 뒤 시행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인 KB국민은행은 조기 퇴근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노조위원장 교체에 따른 노조 집행부 변동으로 임단협이 잠정 중단됐다. 집행부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비판 여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소비자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 영업시간은 오후 4시까지인 만큼 1시간 단축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영업점 운영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고객 불편은 크게 우려되지 않으며, 직원 간 업무 분담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주 4.5일제는 정부 정책이자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AI(인공지능)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체 은행(특수·지방은행 포함)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233만원에 달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임금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