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대국민 사과…“농민신문 회장 사임·해외 숙박비 전액 환입”

농협회장 대국민 사과…“농민신문 회장 사임·해외 숙박비 전액 환입”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 농협재단 이사장직 사임
전무이사,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 사임
해외 숙박비 과다 집행분에 대한 반환 및 관련 제도 개선
외부 전문가 위원장인 농협개혁위원회 구성

기사승인 2026-01-13 10:43:03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최근 정부 감사에서 제기된 과도한 보수와 방만 경영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강 회장은 겸직 중인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하고, 초과 집행된 해외 숙박비 전액을 사비로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급 임원 사퇴를 포함한 고강도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도 추진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조직 쇄신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중앙회 특별 감사 중간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강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이 필요하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와 인적 쇄신이다. 강 회장은 그간 관례에 따라 중앙회장이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정부 감사에서 과도한 보수를 받으며 방만 경영을 지속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의 것을 다 내려놓고 중앙회장직 직무에만 전념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전무이사,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농협의 핵심 임원들도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강 회장은 향후 인사를 포함한 경영 전반을 사업전담 대표이사 등에게 일임하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해외 출장비 과다 집행 논란 등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도 개선한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 250불(36만원)을 초과해 집행된 비용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상한액을 초과한 비용 전액을 개인적으로 환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제도적 미비점 역시 손질한다. 물가 수준을 고려해 250달러로 제한돼 있던 해외 숙박비 규정과 관련 절차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향후 유사한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농협은 조직 전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한다. 주요 혁신 과제로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 및 지배구조 개선 △농축협 조합장 및 임원 선거제도 개혁 △조합 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이 포함됐다. 해당 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농업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위원장 역시 외부 전문가 출신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어 온 불합리한 제도 전반을 철저히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농협개혁추진단’과 긴밀히 협력해 정부의 개혁 방향과 발을 맞춘다.

아울러 농협은 사태 수습 이후의 비전을 제시했다. 강 회장은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동참하여 농협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동참해 △농산물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혁 △스마트농업의 현장 확산 △청년 농업인 육성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등 농정 과제와 농협 사업을 연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농업인의 땀이 정당한 소득으로 보장되는 ‘돈 버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 65년간 농업·농촌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농업인의 삶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 사랑받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겠다”고 거듭 고개 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