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팡(쿠팡 이탈)’이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실제 이용자 지표는 뚜렷한 감소세 대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특정 플랫폼 이탈이 아닌, 혜택과 이슈에 따라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이커머스 유목민’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핵심은 쿠폰과 보상으로 유입된 단기 이용자를 얼마나 락인(lock-in) 구조로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쿠팡의 이용자 지표는 지표는 감소와 회복을 오가며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구매 이용권 보상 지급 이후에는 이용자 수 흐름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보상 지급 다음 날인 지난 16일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638만575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8일 이후 1400만~1500만명대에 머물던 DAU가 약 40일 만에 1600만명대로 회복한 것이다.
쿠팡 이용자 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에도 한때 ‘반짝 증가’가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11월29일 사고 직후 며칠간 DAU가 연속 증가했고, 12월1일에는 1798만8845명으로 모바일인덱스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계정 상태를 확인하거나 비밀번호 변경, 탈퇴 등을 위해 앱·웹에 일시적으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후 노동·갑질 논란 등 대내외 이슈가 겹치면서 DAU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월27일 DAU는 1480만명대까지 내려가며 12월1일 대비 17.7% 감소했다. 결제 지표 역시 흔들렸다. 주간 결제 데이터 기준으로 11월 1주차(11월3일~11월9일) 1조600억원에서 12월 3주차(12월15일~12월21일) 9783억원으로 7.7% 감소하며 1조원대가 무너졌다.
이처럼 확인 수요→이슈 이탈→보상 반등이라는 반복적인 흐름은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정보 이슈나 프로모션, 할인 혜택에 따라 트래픽이 급증했다가 빠르게 이동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특정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1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고 보상 차원에서 1인당 총 5만원 상당(쿠팡트래블 2만원·알럭스 2만원·로켓배송 5000원·쿠팡이츠 5000원)의 구매 이용권을 순차 지급하고 있다. 보상 시행 당일인 15일 쿠팡 DAU는 1599만1625명으로 집계됐다.
이용권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쿠팡 알럭스 립밤·바디워시 등 구매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2만원 내외 뷰티 상품과 쿠팡트래블의 스키장·놀이공원·축제 등 국내 패스 상품은 품절 사례도 나타났다. 탈퇴 회원도 쿠팡에 재가입하면 이용권을 받을 수 있어 탈퇴 회원들의 재가입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쿠팡이 이용권 사용 기간을 3개월(4월15일까지)로 비교적 짧게 설정한 만큼, 당분간 쿠팡 이용자 수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폰 소진을 유도해 탈팡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려는 단기 처방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트래블에서 2만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입장권 등 티켓 상품은 700여 종에 달하고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가 적용되는 5000원 이하 상품도 14만개에 이른다”며 “2만원 안팎의 인기 뷰티 상품은 빠르게 품절되고 있고, 방학을 맞아 가족 고객들이 많이 찾는 놀이공원 티켓 등도 반응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유목민 ‘체리피킹’ 양상…“락인 전략 갖추기 경쟁 심화”
탈팡 흐름과 맞물려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이른바 ‘이커머스 유목민’이 늘면서, 쿠팡 사태 이후 주요 이커머스들의 이용자 지표 역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시험하거나 구매처를 분산하려는 수요가 늘자 G마켓, SSG닷컴, 네이버, 컬리 등은 배송·멤버십·프로모션 고도화 등 유입 고객을 붙잡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쿠팡 이용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던 지난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주간 사용자 수(WAU)는 11월 4주차 325만명에서 12월 3주차 375만명으로 15.2% 증가했다. SSG닷컴도 같은 기간 119만명에서 137만명으로 14.4% 늘었다. 컬리의 지난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49만명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반사이익이 누적되는 흐름이라기보다, 혜택과 이슈에 따라 소비자 이동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국면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이 구매 이용권 지급을 본격화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에는 G마켓·11번가·네이버플러스 스토어·SSG닷컴·컬리·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주요 커머스 앱의 일간 사용자 수(DAU)가 전날 대비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쿠팡 리스크는 예기치 못한 사건인 만큼,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소비자를 본격적으로 흡수할 정교한 플랜을 사전에 완성해두진 못했다”며 “당장은 쿠폰·프로모션 등 단기 처방이 우선 나오고, 소비자들도 혜택을 따라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체리피킹’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양상에서 당분간 쿠팡을 포함한 주요 이커머스의 이용자 수와 거래량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며 “관건은 일시 유입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멤버십이나 배송 및 혜택 구조 등 제도를 누가 먼저 갖추느냐에 따라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