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반에 ‘주 4.9일제’ 도입 바람이 거세다. 매주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을 통해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향후 주 4.5일제 안착을 위한 연착륙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주 5일제 도입을 선도했던 금융권이 이번에도 변화의 선두에 설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금요일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5시로 앞당기고, 은행 내 모든 PC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세부 내용은 조합원 투표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통해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노사가 제도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운영 방안은 올 1분기 중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산별 교섭 및 지부 합의에 따라 시행하기로 잠정 결정됐다”면서 “세부 일정이나 운영영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역 상반기 내 주 1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3일 노조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임 집행부가 취임하더라도 조기 퇴근 문제보다는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이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독자적으로 급진적인 도입을 하기보다는, 다른 시중은행들의 흐름에 발맞추어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IBK 기업은행은 이달 7일부터 금융권 주4.5일제 도입의 신호탄을 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5시로 퇴근 시간을 앞당기되, 직무 관련 금융연수원 비대면 강의를 1시간 수강하는 방식이다. 부점장 직급 미만 모든 직원이 신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 주 4.5일제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매주 금요일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시행에 우선 합의했다. 당시 양측은 영업점 창구 운영시간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조기퇴근제 시행으로 인한 초과수당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주 4.5일제 도입은 지난 대선 당시 주요 정치권의 화두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22년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4시간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9시간)보다 185시간 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다.
다만 고객 불편 우려와 사회적 공감대 부족, 조직 내 불균형 등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금융노조 총파업 당시, 주 4.5일제가 주요 의제로 포함됐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초 8만여 명의 참여를 예상했던 집회는 시중은행 노조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동력을 잃었고,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3년 만의 총파업이 동력을 잃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내·외부의 공감대 부족이 꼽힌다. 파업 명분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다. 특히 ‘황제 파업’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지난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이 수령한 평균 급여액은 635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6050만원) 대비 4.96%(300만원) 늘었다. 월급 1000만원 수준을 넘어 연봉으로 단순 환산하면 1억3000만원 규모다.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억대 연봉’으로 통칭되는 고임금 직군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