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예수금이 다시 1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수익성과 비용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예수금 잔액은 99조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예수금이 10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수신 반등 기대가 커졌고, 이에 한때 100조원대를 회복하기도 했지만 연말로 갈수록 다시 감소 흐름이 뚜렷해졌다.
업계는 이번 예수금 감소세를 지속된 여신 축소의 결과로 보고 있다. 통상 저축은행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적금 유치에 나선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대출 규모 자체가 줄었고, 과거처럼 높은 예·적금 금리를 앞세워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정리와 건전성 관리 강화 과정에서 신규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에 신규 대출 증가 속도가 기존 대출 상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전체 여신 규모가 꾸준히 줄었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까지 더해지며 대출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신용대출 연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대출 심사 기준도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대출 시장 전체가 위축된 분위기”라고 짚었다.
충당금 부담은 늘고, 금리는 낮추고…딜레마
비용 부담 역시 저축은행들이 직면한 현 과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다중채무자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해왔다. 동일한 대출이라도 과거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면서 저축은행의 사업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예금보험료를 가산 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조달 비용 부담도 직접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이처럼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출 금리는 낮춰야 한다는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포용적 금융 기조 아래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열린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에서 “중신용자 구간부터 저축은행·여전사 금리가 급격히 뛰는 금리 단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고 저신용층의 금융 접근성을 회복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금리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여력 자체가 크지 않다”며 “정책자금 대출은 보증부 상품이어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대출 금리의 일부를 보증료로 납부해야 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포용금융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사업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구조적으로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전통적인 예대마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은 직접 투자에 나서며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가증권 투자다. 실제로 2024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잔액은 9조9000억원에서 12조5000억원으로 39.7% 증가했다.
유가증권 잔액이 가장 많은 OK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유가증권 평가·처분 이익이 1165억원으로, 전년 동기(174억원) 대비 56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1464억원 감소했지만, 유가증권 수익으로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
다만 투자금융은 향후 저축은행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인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융은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올해는 투자 성과에 따라 저축은행 간 손익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