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집행 막은 건 정당 경호”…경호처 전 간부들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영장 집행 막은 건 정당 경호”…경호처 전 간부들 첫 재판서 혐의 부인

김성훈 전 차장, ‘비화폰 삭제’ 위헌법률심판 제청 예고

기사승인 2026-01-23 15:37:10
지난해 1월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버스 여러 대로 만든 차벽이 설치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로 기소된 대통령경호처 전직 간부들이 첫 재판에서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정당한 경호 행위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은 체포 방해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와 관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23일 박종준, 김성훈, 이광우, 김신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쟁점과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지만 박 전 처장과 이 전 본부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로 같은 해 12월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세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김성훈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 사령관 3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대통령경호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 둘째는 피고인 전원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범인도피 혐의. 셋째는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차벽과 철조망을 설치해 집행을 방해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다.

박 전 처장 측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110조에 따라 군사·직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에 대한 영장 집행에는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므로, 당시 공수처의 영장 집행이 위법하거나 위법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취지다. 박 전 처장 측은 “설령 영장 집행이 적법하더라도 법률 해석의 착오에 따른 것”이라며 “대통령경호법에 근거한 정당행위”라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과 김신 전 부장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전 본부장 측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 자체는 크게 다투지 않지만, 경호 임무 수행 과정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따랐을 뿐 범죄 인식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 전 차장 측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차벽·철조망 설치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비화폰 정보 삭제 관련 대통령경호법 위반 혐의는 부인했다. 아울러 해당 법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사건 1심 판결문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공수처의 체포 시도를 막은 행위가 정당한 영장 집행을 저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하고,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호처 간부들과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으며,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지시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거조사 계획 등을 정리한 뒤 정식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