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합산 매출 300조원을 처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고율 관세 부담 속에서도 글로벌 판매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상승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관세 비용 여파로 수익성은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사상 최대…영업이익은 관세 여파에 감소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9일과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 추정치를 종합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각각 48조1806억원, 28조5055억원으로 합산 매출은 약 76조원대다. 전년 대비 증가가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약 4조원 중반대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기아의 이익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한 연간 실적 전망치는 매출 약 302조원, 영업이익 약 21조원 중반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늘며 사상 최대를 경신하지만,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관세다. 지난해 4월부터 적용된 25% 관세로 양사는 수조원 규모의 비용 부담을 떠안았다.
“관세 인하 효과는 시차 두고 반영”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부로 관세율이 15%로 낮아졌더라도 재고 구조와 판매 시점 등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고 물량 중 상당수가 관세 인하 이전에 수입된 차량”이라며 “관세 인하 효과는 2026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현대차가 올해부터 점진적인 이익 회복 흐름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북미에서 펠리세이드와 제네시스 판매가 늘며 제품 믹스가 개선되고, 인도 시장도 GST 인하와 신차 효과로 회복이 기대된다”며 “관세 부담 축소와 크레딧 환입까지 더해질 경우 2026년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독자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중장기 경쟁력 요인으로 평가했다. 다만 단기 실적보다는 기술 성과가 구체화되는 시점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실적 회복 기대 속에서 그룹 내부에서도 위기 대응과 체질 개선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5년은 전례 없는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도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며 관세 등 대외 변수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이어온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체질 개선으로 2026년을 국가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하며 미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기아, HEV·텔루라이드 효과로 “본업 체력 입증 구간”
기아에 대해서도 본업 경쟁력이 재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상수 연구원은 “텔루라이드를 중심으로 한 북미 하이브리드(HEV) 판매 확대, 인도 세제 인하 효과, 관세 부담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026년에는 영업이익 증가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기업가치에는 단순 실적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에 대한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양산과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AI 생태계 구축 기대가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다”며 “단기 실적 변동성에도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HEV 판매 확대와 환율 효과가 실적 하방을 일부 방어하고 있다”며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AI 협업 확대가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생태계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 과도기를 보낸 셈이다. 다만 관세 부담이 완화되고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구조가 이어질 경우, 올해부터는 매출과 이익이 함께 개선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