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서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기술 경쟁력 확보와 고용 안정이라는 두 과제 사이의 딜레마가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로봇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아틀라스를 대량 생산해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반복적이고 위험도가 높은 공정을 중심으로 로봇 활용 범위를 확대해 공정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아틀라스 도입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노조의 반발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은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이라며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노조가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경우, 장기적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한국고용정보원 한 연구원은 “인공지능 기술은 제조업 생산과 일자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력 수요 감소 등 일자리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 도입을 쉽게 멈출 수 없는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개 ‘스팟’을 양산 체제로 끌어올리며, 단순한 로봇 개발을 넘어 로봇 산업 전반을 운영하는 구조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실제 현대차는 로봇 양산 시대를 대비해 구매본부 산하에 로보틱스 공급망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공급사로 합류했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위아 등 그룹사들도 로봇 소프트웨어와 제조 물류 자동화 사업 확대에 나서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중장기 성장축을 자동차에서 피지컬 AI로 옮기는 전략적 전환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시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로봇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 역시 이러한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시범 도입해 운영 중이며, BMW는 지난 2024년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 ‘피규어 02’ 로봇을 투입해 차체 조립 공정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 역시 대량 양산 체제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제조업 현장에서의 로봇 도입이 일자리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생산성 개선을 통한 고용 안정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 현장에서 로봇 활용이 늘어날수록 생산성이 향상되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오히려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한 연구 결과에서는 로봇 도입이 고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로봇 도입과 지역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근로자 1000명당 로봇이 6.6대 추가될 경우 고용률은 0.6%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현장에서 로봇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근로자의 생산성이 개선돼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고용 불안과 현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사 간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제품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제조 현장에서 근로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로봇 도입 방식에 대해 근로자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