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 시작도 전에 양측 간 기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혁신당 내에서도 격렬한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합당 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혁신당이 주장해 온 정치개혁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국혁신당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상생룸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약 3시간에 걸쳐 민주당의 합당 제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의 제안과 관련된 협의 전권을 조국 당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특히 혁신당의 독자적 비전·가치·정책에 기초해 당원의 총의에 따라 합당 여부를 판단하기로 의결했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은 당무위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아 제안했는지, 그 정무적 판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며 “민주당의 제안으로 당이 지나치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거나 당 대표 중심으로 질서 있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당무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당 제안 수용 여부는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에서 정리한 뒤,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최종 판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혁신당이 그동안 다뤄온 정책 기조를 전제할 경우 합당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혁신당은 거대 양당이 독점한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겠다며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토지공개념 입법 등을 강경하게 주장해 왔다. 특히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입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향해 단호한 결단을 촉구하는 등 범여권 ‘레드팀’을 자처해 왔다.
다만 이 같은 행보에도 합당 제안에 ‘국민 뜻을 따르겠다’고 말한 데 대해 조 대표의 입장이 빠르게 뒤집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천호선 노무현리더십학교장은 앞서 22일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소식을 두고 SNS를 통해 “메기, 레드팀, 독점폐해극복, 정치개혁, 그 많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고 적었다. 조 대표가 강조해 온 기존 주장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조국혁신당은 ‘정치적 메기’가 돼 양당의 나눠 먹기 정치시장에 혁신과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며 정치개혁 목표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합당 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그동안 주장해 온 과제들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합당을 한다 해도 조국혁신당의 당론은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의 정체성이 흐려지면 활동하기가 대단히 애매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쇄빙선 역할을 하던 혁신당이 민주당의 제일 앞부분에 나설지는 모르겠으나, 본격적인 논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진보계열 정당 관계자는 “(조 대표가) 교섭단체 요건 완화나 선거제도 개혁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주장한다면 정치개혁에 대한 신념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남의 일이 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당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평론가는 “합당이 흔쾌히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합당을 정 대표의 ‘꼼수’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선거 전 합당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양당이) 지방선거 전 합당을 마무리하려는 것 같은데, 중앙당 차원의 이야기와 지역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경쟁자와 합당하는 건 (당사자 입장에서) 골치 아픈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과 당이 통합을 하면 어디든 희생자가 나온다. 통 크게 양보하는 사람이 나오는 등 ‘의기투합’이 돼야 합당이 된다”며 “지금 양당에 그러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졌다.
한편 합당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워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평론가는 “(합당을 하지 않을 시) 상처뿐인 결과가 남을 것”이라며 “혁신당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민주당 역시 ‘내란을 진압해야 할 시기에 당 대표의 일방적인 발표로 시간을 낭비했다’며 내분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합당을 제안했어도 됐을 텐데, 급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